물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교육감에 선출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한다는 취지이지만 과연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을 그런 논리로 풀어간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흘러갈 방향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교육감의 자격 기준은 이미 한번 완화된 적이 있다. 1991년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교육감의 자격을 '교육경력 또는 교육전문직원 경력이 20년 이상 있거나 양 경력을 합하여 20년 이상 있는 자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현행법은 5년으로 완화된 이력이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교육감의 자격 기준이 완화되긴 했으나 왜 굳이 교육감의 자격을 규정했는가이다. 교육감은 지방교육행정의 독립적 집행기관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교육행정의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과연 어느 정도가 그 역할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인가는 별도로 논의되어야하는 문제이지만, 문제는 그마저도 없앤다면 교육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장하겠느냐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 실현을 부르짖으면서도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으로 교육정책의 독립성도, 재정권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교육감의 자격 기준마저 없어져 버린다면 교육전문성을 상실한 교육감은 지역의 특성이나 지역민의 요구에 맞춘 독창적이고 다양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기는 커녕 정당의 요구에 부응하여 교육 현실은 외면하는 정당의 시녀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 교육감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소위 '정치교육감'의 탄생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 안에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전문성과 현장성은 결코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특정한 교육현실을 잘 알고 그에 맞게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여 전문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교육감이 우리에겐 필요하며, 그런 교육감이라면 당연히 교육경력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보유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논리로 복지 문제를 풀어갈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 지 직접 보았고,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행정가들의 정책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 지 보아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치의 논리로 교육을 계획하는 오류를 범하여 우리나라의 교육자치를 크게 후퇴하게 할 기로에 서 있다. 적어도 교육만큼은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멀리 보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