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국장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바로 도 건설국장 출신의 업계 사무처장 취업이다.

 

지난 29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안전행정부의 전북도 국정감사에서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전북도의 5대 핵심정책 중 하나가 중소기업 육성인데, 정작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들은 총 235건의 공공사업을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전북은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국감장에서는 종합건설사가 공공사업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것은 도청 고위직 출신이 건설협회 사무처장으로 취업해 일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완주 지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은 "전북도 공무원이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으로 간 것이 도급계약 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15살 아이한테 물어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덕흠 의원은 "이 제도는 전문건설업체가 하도급을 종합건설업체로부터 받는게 아니라 발주자로부터 직접 받기 때문에 영세 중소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개선하기를 권고했다.

 

국회의원들이 짬짜미 의혹에 대한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전북도가 중소기업 육성을 거창하게 핵심정책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외면한 것은 사실이다. 당연히 증거 능력이 충분한 셈이다.

 

사실 도청 퇴직공무원들이 줄줄이 건설협회 사무처장, 상공회의소 사무처장으로 바통터치하듯하며 근무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김완주 지사나 당사자들이 강력 부인하고,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안의 앞뒤를 살펴보면 "15살 아이한테 물어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김영주 의원의 지적은 일리 있다.

 

공무원이 30년 이상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사장하지 않고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도청 건설국장이 퇴직 후 마치 정해진 코스처럼 건설협회와 상공회의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는 행태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도청 건설국장이 퇴직한 뒤 당연히 가는 자리가 됐다면 이들은 과연 국장 자리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처리를 할까, 향후 예약된 자리를 위해 업무 처리를 할까. 김완주 지사는 부인만 할 것이 아니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