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야 하고, 여행을 많이 해야 하며, 되도록 많이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방외지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며, 이 조건을 갖춘 사람이 신정일씨라는 게 조 소장의 이야기다. 그러나 신 이사장은 "말이 좋아서 방외지사지, 달리 말하면 할 일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러면서도 혼자서 세상을 바라보고 혼자서 나름대로 공부법을 세웠고, 수많은 책을 읽고 세상을 편력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였기에 오로지'책과 길', 그리고 자연에서 세상의 이치를 배워 자신의 진정한 스승은 곧 자연이자 책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답사와 400여개 의 산들을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 쓰는 택리지〉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느리게 걷는 사람〉 등 60여권의 저서를 내면서 '문화사학자'로 '유명 인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망외지사의 삶을 살았던 아웃사이더 신정일이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한국 문화예술운동까지 이끌게 되었던 속사정'을 두 권의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와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푸른영토). 그는 〈모든 것은…〉에서 진안 백운면 유년시절부터의 성장과정을 통해 어떻게 책과 길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홀로…〉에서 문화운동과 작가로 나서게 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때 중학교 다니던 친구들과 달리 곡식 네댓 말을 등에 지고 진안에서 전주까지 40리가 넘는 길을 오가던 가난했던 시절의 고향이기에 자랑스러울 수 없었지만,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선생이 그 고향을 '눈룡'으로 지목한 후 고향이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았단다. 그는'한이 많은 사람이 글을 쓴다'는 말을 인용해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진솔하게 그렸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 군 생활이었다고 회고했다.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늘 혼자였으며, 혼자였기에 오로지 길을 걷거나 책을 읽으며 보냈다.
김지하 시인 등 각계 인사들과 교분을 쌓게 된 이야기와, 도스토옙스키 등 많은 세계 석학들의 명언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덤으로 유익하게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라고 노래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같은 물음을 가끔씩 자신에게 던지겠다는 말로, '길 위의 철학자'생활을 계속할 것임을 각오로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