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책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7.9%가 밀집해 있다.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금융거래의 67%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있다. 조세 수입의 71%도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수도권 과밀 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참여정부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경제 낙후라는 양극화 고리를 끊어야만 균형개발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의 우선 정책으로 채택한 동기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혁신도시 및 공공기관 이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지방분권 등 네가지 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MB정부에서 지역균형정책은 존재감이 없었다. 아예 무력화 시키려다 반발이 일자 마지못해 추진하는 격이었다. 법적, 제도적 틀이 뒷받침된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했지만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와 지방분권은 흐지부지됐다. 그리곤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 강원권 등의 '5+2 광역경제권'을 들고 나왔다. '5+2 광역경제권'은 MB 스타일 답게 투자에 역점을 둔 물량개발이다. 하지만 뭘 추진했는지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게 없다. 허당 지역정책이자 지역정책의 퇴보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정책은 '지역행복생활권'이다. 엊그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웃한 시·군끼리 연대해서 권역을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도시든, 농촌이든 같은 내용의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서비스를 받아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구상은 좋지만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뜬구름 잡기식이다. 내년 시범사업 예산(350억원)도 보잘 것이 없다. 전국 244개 시·군이 각각 1개 사업만 펼친다 해도 1억∼1억5000만원 꼴에 그친다. 이 돈으로 주민이 행복을 누릴 만한 사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돈으로 따지면 하수구 정비, 마을안길 포장 등 옛날에 했던 새마을운동에 딱 들어맞는 지역정책이다.

 

지역정책 중엔 참여정부의 그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다.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됐다면 지금쯤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정책이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역정책이 바뀌는 건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