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의료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생활 고달픈데 질병·안전사고 발생땐 속수무책

이주여성 친정부모·재외동포 갈수록 증가 / 비급여 부담 등 비싼 병원비용 감당 여려워

▲ 한 결혼이민자가 외국인 신분의 가족에 관한 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와 상담하고 있다.

사례1 - 얼마 전, 결혼이민자 가족 '부티한'씨(가명)는 베트남에 계신 어머니를 초청했다. 친정 어머니 '쩐티하우'씨(가명)는 완주군의 한 공장에서 잠깐 동안 일을 하였다. '쩐티하우'씨는 공장의 기숙사에서 거주하면서 일을 하였는데, 어느 날 기숙사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도중 갑자기 가스통이 폭파하는 사고를 당했다. '쩐티하우'씨는 서둘러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심각해 화상 전문병원인 서울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쩐티하우'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어 앞으로 거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장 큰 고민은 병원치료비다.

 

사례2 - 중국동포 '김숙자'씨(가명)는 2011년 방문취업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혼자만이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동일한 비자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행복한 가정을 꾸려보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김씨는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고 한쪽 가슴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병원에서 수술은 받았지만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에 와서 얼마 안 되어 덜컥 아이가 생긴 것이다. 현재 아이는 이번 달 돌을 앞두고 있다. 남편은 방문취업비자로 들어왔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하지만 김씨를 간병하느라 일을 할 수가 없다. 다행히도 시아버지가 한국에 들어와 계시기 때문에 당분간은 1살짜리 아이를 돌볼 수 있다. 그러나 김씨의 시아버지는 방문취업비자가 곧 만료되어 중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 김씨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걱정이고, 남편도 자신을 간호하느라 일을 할 수 없어서 걱정이다. 갈수록 병원비는 쌓여가고 빚도 증가하고 있다. 돈을 벌려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인근의 동포들로부터 빚을 내어서 생계와 병원비에 보태고 있다. 김씨는 이래저래 걱정이 쌓여만 간다.

 

전라북도의 등록 외국인 수는 지난 달 기준으로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 수를 제외하면 2만3039명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체류하는 외국인의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근래 들어와 한국인과 혼인하는 결혼이민자들이 상당히 증가를 하였는데, 결혼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초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현재, 전라북도에 방문동거 비자를 통해 들어온 2028명 중에 초청된 결혼이민자가족은 1644명에 달한다. 이처럼 결혼이민자 친정부모와 재외동포들이 늘어나면서 질병 안전사고 등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

 

전라북도 지역의 결혼이민자의 가족이 증가하여 체류하고 있고, 재외동포들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체류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 여러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동포와 사할린 동포 등은 재외동포로서 취업이 허용되는데 '방문취업'이라는 비자로 한국에 일정기간 거주를 할 수 있다. 이 방문취업 비자로 들어온 재외동포들도 전라북도에 2020명에 달한다.

 

이처럼 결혼이민자의 친정부모, 재외 동포도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와 질병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에서 나름대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일정정도 마련되어 있다. 방문취업비자 등을 소지한 자들은 의료보험에 선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보험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의 부담이 상당해 결혼이민자 가족과 재외동포들로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병원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쩐티하우씨는 "가스통 폭발 사고는 '쩐티하우'씨가 쉬는 날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는 것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병원비 등 문제처리와 간병 등으로 동분서주하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신분으로 의료적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는 것이 가장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체류심사 중에 있는 외국인은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적은 인력으로 많은 양의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를 심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사기간 단축을 위한 인력 증대 등 중앙부처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들의 질병, 사고, 자녀양육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계속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이에 대한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제도적 지원책과 안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중국동포'이순자'(가명)씨는 "자녀가 정신과적인 문제로 인해 치료를 받게 하고 싶지만 현재 영주권을 신청해 놓고 비자 심사가 진행 중이다"며 "비자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소관인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빠른 비자발급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위용석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 과장 "사회통합교육 적극 홍보 한국사회 빠른 정착 최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좀 해주시죠.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크게 4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은 외국인을 배우자로 얻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외국의 법령과 문화소개, 배우자 초청 절차 안내, 사증발급심사기준 등에 대해 월 1회씩 35명 정도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행복드림해피스타트 프로그램인데, 초청된 외국인배우자와 함께 체류절차 안내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지를 교육합니다. 풍습, 문화, 인권 교육 등을 월 2회 실시합니다. 세 번째, 재외동포를 기초 법제도 안내 프로그램인데, 법을 잘 알지 못함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종 범죄 등을 예방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통합교육인데, 한국어교육과 한국사회 이해교육을 결혼이민자 등에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국적취득 시, 시험을 면제해주고 있나요?

 

"사회통합교육을 이수하면 면접시험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면접시험은 지방의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실시하고 있고 필기시험은 중앙에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필기시험도 지방의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용자들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편의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필기시험을 볼 수가 있습니다. 사회통합교육에 대해 외국인 관련 기관 등에서는 널리 홍보해주시고 잘 안내해 주시면 이용자들에게 좋은 혜택과 더불어 한국사회 정착에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외국인 관련단체들과 협력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사회통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등 외국인 관련 기관과는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외국인들이 간혹 법을 위반함으로 인해 안타깝지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 관련기관 등에서는 브로커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외국인들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이 부분에서도 잘 안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지훈(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