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결과에 따르면, 소위 '재량사업비'는 풀(pool)사업비로도 불리워지고 시책추진보전금이나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로 둔갑되는 등 그 사용처나 사용기준 등 예산편성의 기본도 확정하지 않은 채 '재량'대로(맘대로) 집행된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 의원들은 '지역숙원사업을 위하여, 집행부에서 빠뜨리거나 놓치는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이 예산을 유지시키고 있다. 참으로 궁색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를 주 기능으로 하는 의회가 집행부와 '재량사업비'를 매개로 한 짬자미 구도는 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왜곡·약화시킬 개연성이 농후하다. 모든 예산은 주민의 혈세로 충당된다. 따라서 그 어떤 예산 한 푼이라도 멋대로, 선심성으로, 묻지마식으로, 쌈짓돈식으로 쓰여서는 결코 안된다. 또다시 이런 구태가 재연된다면 감사원이 이미 지적했듯이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공직선거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상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 등 실정법 저촉의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예산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 주장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실시도 고려해 봄직하다. 즉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현안사업을 고민하고, 협의, 조정을 거쳐 제대로 된 상향식 예산편성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산과 관련 회의가 열리면 의원들이 직접 참석하여 주민들과 함께 숙의하고 검토할 수 있다. 나아가 행정에 독점되어 있던 편성권을 주민들에게 점차적으로 이양함으로써 주민참여와 합리성을 갖추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덤으로 주민과의 공개적인 접촉의 공간이 넓혀져 일상 속에서 생활의 정치를 구현하고, 깊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이 주민들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지는 예산편성을 통하여 투명하지 못한 재량사업비 운용 관행이 전면 폐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