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날의 짧은 생각

도내 우수한 인재들 많아 제대로 능력발휘 하도록 좋은 일자리 제공해줘야

▲ 진홍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오늘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65만 명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까지 초조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수능시험 수험생의 아버지로서 처음 경험을 하게 되어서인지 직접 대입예비고사를 보던 37년전 보다 더 긴장되고,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수험생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된다. 수능 점수 1-2점을 올리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그것이 아이의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렇게 수능시험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수학능력 시험의 결과가 수험생의 긴 인생여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수능 결과가 대학입시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이 취업이나 그 후 사회생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회생활 경험에서 볼 때에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주위사람을 둘러보면 좋은 대학을 나온 것과 인생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도 자수성가한 훌륭한 기업인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근무성적이나 평판과 출신대학과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직장생활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다. 좋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보다 고향에서 부모, 친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여유 있게 생활하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크게 보면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건전하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스펙 중심의 기존의 사고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수능시험의 중요성이 아직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수능에 전북에서는 전국 수험생 65만의 3.3%인 21,640명이 응시하였다. 전북 인구가 전국의 3.7%인 것에 비하면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제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전북으로서는 우수한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즘은 학력이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전북의 수능시험 성적이 전국 8개 도권역중 상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지난 공직생활 중에서 고향 후배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자질이 우수하고 성실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우수한 인적자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이 전북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운 점이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지역대학에 진학하고, 지역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하여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지역기업은 지역인재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순환체제가 전북지역에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가 생각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제조업체를 전북에 유치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 제조업은 수출을 통하여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며, 물류, R&D 등 관련 서비스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의 생산성, 임금수준, 정규직 비율 등이 타산업보다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제조업분야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유치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입지로서의 전북의 강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타겟 업종과 기업을 선정하여 치밀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시의 첫 번째 과정이고, 대학입시는 길고 먼 사회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수능결과는 출발점에서의 조그마한 차이이므로 앞으로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시험 준비에 열심히 매진해 온 고향의 후배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