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수질 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아시나요?"
갈대 군락을 스치는 바람 따라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기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갈대를 보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발길에 여러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9일 김제 동진강휴게소 일대에서 '전라북도 강살리기추진단'이 주관해서 열리는 '제1회 동진강 갈대축제'. 동진강 하천부지 일대에 자연 서식하는 갈대 군락을 배경으로 생태 체험의 장이 펼쳐진다.
'갈대로 만드는 행복한 추억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1회 동진강 갈대축제'는 환경, 관광객, 주민, 체험이 어우러져 다른 지역 갈대 축제와 차별성을 뒀다. 그저 스쳐가는 발걸음이 아닌 갈대의 기능과 환경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축제 메인행사장에서 갈대의 자원화, 생태계 수호자로서의 모습을 감상한 뒤 탐방로를 따라 생태해설사가 길 안내를 맡는다. 새만금 상류의 수질 정화자 역할은 물론 자연 생태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동진강 유역의 자생갈대군락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진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짱뚱어 등 수중생물들을 만날 수 있고,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와 가창오리 등의 군무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갈대 빗자루 만들기 체험 △흙피리 체험 △갈대 짚으로 감자·고구마 굽기 △갈대 부산물을 잘게 썰어 소 먹이 주기 등을 통해 갈대 자원화에 대한 이해의 장도 마련된다.
이번 축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매해 동진강 주변의 갈대를 태웠다. 갈대에 기생하는 병충해로 농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전라북도 강살리기추진단에서 갈대를 이용해 관광자원화는 물론 조사료 등으로 사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자 주민들의 마음도 변했다. 준비기간 동안 탐방로 설치를 위해 갈대 제거작업에 참여하는 한편 축제 기간에는 안내와 청소 등을 도맡는다.
귀찮은 존재였던 갈대가 주민 소득을 올려주고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이번 축제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 전북 강살리기추진단 김택천 이사장 "동진강 갈대 새만금 수질정화 도움 지역주민과 머리 맞대고 축제 준비"
"소박하고 작은 한마당이지만 지역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한 만큼 의미 있는 환경축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2011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범한 '전라북도 강살리기추진단' 김택천 이사장은 이번 축제를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물 자원 확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첫 시험 무대이기 때문이다.
"동진강에 서식하는 갈대는 새만금의 수질정화 역할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전라북도 강살리기추진단은 이번 축제를 지난해부터 기획했다. 주민설명회, 현장답사, 워크숍을 개최하며 갈대 자원화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했다. 도내 14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강살리기 지역네트워크도 힘을 보탰다. 걸음은 더뎠지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0만명이 다녀가는 순천 갈대축제도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힘으로 시작됐다. 이번 축제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택천 이사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 아이처럼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축제를 방문해 주셔서 작은 시작에 아낌없는 격려와 함께 따끔한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