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위원장에 '중도 실리' 이경훈 당선

2년 만에 재집권…1차 선거서 강성후보 전원 탈락 이변

현대자동차 새 노조위원장에 실리 중도 노선의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이 당선돼 2년 만에 재집권한다.

현대차 노조는 8일 열린 노조위원장 결선 투표에서 이 전 위원장이 투표자 4만2천493명(전체 조합원 4만7천246명·투표율 89.94%) 가운데 2만2천135명의 찬성표(득표율 52.09%)를 얻어 당선됐다고 9일 밝혔다.

이 당선자와 맞붙은 합리 노선의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1만9천906표(46.85%)를 얻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일 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1차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후보인 이 전 위원장, 하 전 본부장을 상대로 이날 결선을 치렀다.

이 당선자의 1차 선거 득표율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1차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강성 성향 3명이 한꺼번에 탈락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당선자는 재임 기간인 2009년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었다.

강성 후보가 모두 탈락하고 이 당선자가 2011년 이후 재신임을 얻은 데는 지난 2년간 노조를 이끌며 장기 파업을 벌인 현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 반감 등이 표심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 집행부는 2012년과 2013년 임·단협 당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각각 28차례와 15차례(잔업·특근 포함) 파업했고, 올해 3월에는 주말 특근 협상 과정에서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20만대 이상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생산차질액이 4조4천억원 상당에 달해 파업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현대차는 추산했다.

이 당선자는 "조합원들이 재신임한 것은 노조의 사회적 고립과 노동운동 자체를 좌우 구도로 나누고 갈라치는 악순환을 끝내라는 요구"라며 "조합원들이 감동할 때까지 발이 닳도록 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주요 공약으로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주간 1·2조의 8시간+9시간 근무에서 8시간+8시간으로 변경, 400만원대 기본급 시대 완성, 800% 상여금 인상(현 750%), 60주 무상주 지급, 조건없는 60세 정년연장 등을 내걸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설립 이후 26년 동안 1994년 한해와 2009년부터 3년을 포함해 4년만 유일하게 파업하지 않았고 매년 연례행사로 파업을 벌였다.

특히 2006년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법안 반대, 임금 협상, 성과금 투쟁 과정에서 44일간 파업해 '최장 파업 일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