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조작 가능한 고교 성적관리 시스템

학교 성적전산업무 규정 안 지키고, 사후 적발 어려워

울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학교의 느슨한 성적평가 업무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적평가 담당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학생의 성적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11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교의 B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딸의 성적을 성적처리업무 담당 C교사와 짜고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조작이 적발된 것은 OMR카드 리딩(감별)기기에 저장된 B교사 자녀 답안지  이미지파일의 필체와 이 자녀의 실제 필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또 다른 OMR카드에는 이미지파일에 남은 시험감독 교사의 확인인장과 원본  OMR카드의 확인인장이 차이가 났다.

 

학교 측은 C교사가 B교사 자녀의 OMR카드를 리딩기기에 저장하기 전 조작한 OMR카드로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학교에서 OMR카드를 리딩기기에 넣고 전산화하는 작업에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학업성적 관리 지침'은 시험감독 교사, 성적평가 담당교사 등의 역할등만 규정하고 있다.

 

 전산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지침 자체가 없는 것이다.

 

대신 학교마다 성적관리전산실을 보안구역으로 정하고, 성적평가 담당교사 외에교감이나 정보부장 교사가 업무처리 과정을 참관하도록 자체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A고교의 교장은 "교사 대부분이 행정업무와 교육 업무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성적평가 담당교사 혼자서 업무를 처리한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후 적발 역시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시교육청이 파악한 결과, 울산지역 고교 중 성적관리전산실에 폐쇄회로(CC)TV가설치된 곳은 거의 없었다.

 

또 성적관리전산실에 별도의 경보장치가 없고 교감, 정보부장 교사, 성적평가  담당교사가 열쇠로 문을 열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혹이 제기된다고 해도 이를 밝힐 물증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학부모의 의혹 제기가 없었다면 사실상 묻힐 뻔했다는 것이  학교 안팎의 얘기다.

 

조해도 울산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장은 "교사 인권문제, 예산문제 등으로  감시·관리설비 설치에 애로점이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CCTV설치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교사의 자녀를 해당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울산에는 공립 중 7개 학교에 8명의 교직원과 그 자녀가 함께 다니고 있는것으로 파악됐다.

 

 사립은 16개 학교에 36명의 교직원이 자녀와 함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학교 선택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내년부터 교직원의 근무지에 그 자녀가 배정을희망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