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업계 출혈 경쟁 '혼탁'

도내 건설 물량없어 사실상 개점 휴업 / 설계비 표준단가보다 낮게 수주 많아

건설 공사물량 부족 속에 도내 건축사 업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속병을 앓고 있다.

 

특히 속칭 단가 후려치기를 통한 업계 간 '제 살 깎아먹기' 출혈 경쟁으로 건축시장 마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전라북도건축사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된 회원은 310명이며, 비등록 회원 40여명을 합산하면 모두 350여 명의 건축사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270명에 비해 3년간 80여명이 증가한 수치지만 지역 내 신규 공사 물량은 급감하고 있어 소리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경영난에 찌든 일부 건축사들이 암묵적 설계비용 평균 단가인 3.3㎡(1평) 당 8~9만원을 깨고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만원의 저가 설계 수주로 건축시장의 균형을 흐트러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설계비는 3.3㎡(1평) 당 8~9만원으로 설계 가운데 통신과 설비, 소방, 전기, 구조 등의 외주용역비를 제외하면 이윤은 30% 이하로 사무실 운영비조차 대기 버겁다는 것.

 

그러나 도내에 원룸 신축 붐이 일면서 개인 건축주가 20~30개의 원룸을 한 번에 짓는 과정에서 일부 건축사에게 설계비를 4만원으로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건축사들은 일감 부족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고 있지만 건축주들이 원룸이 아닌 다른 건축물에도 이 같은 비용을 맞추려고 하는 등 업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주 서부신시가지와 전주대학교 인근 골목에는 모양이 비슷비슷한 원룸들이 즐비하고 설계조차도 부실하게 시공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도내에서 건설되는 굵직한 규모의 공사도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외지 건축사들이 독식하기 일쑤로 도내 건축사들은 그나마 소규모 단독 주택의 대수선이나 용도변경 등의 공사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물량 부족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축사업계는 한 달 평균 1건의 설계도 맡지 못하는 건축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으며, 건축사협회 회비도 미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도내 한 건축사는 "설계비 후려치기를 통한 물량 확보는 임시방편으로 사실상 건축업계 전체를 죽이는 일"이라며 "단가가 너무 낮다보니 제대로 된 설계를 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부실설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북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설 공사의 경우 지역 업체 공동 도급 등을 통해 지역 업체를 배려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만 건축 업무는 배제돼 있다"면서 "정부와 각 자치단체 등에 법률 제정 및 조례 제정을 요구해봤지만 매번 허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