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교원수 딜레마 (하) 부작용] 교사 돌려막기로 학생 학습권 침해

순회·기간제로 보충 수업 질 저하 우려 / 진학진로·상담교사도 올 5명 확보 그쳐

정읍 A중학교엔 한문교사가 없다. 지난해까지 인근 중학교에서 순회교사를 지원받았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어려웠다. A중학교는 고창교육지원청에 순회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그 결과 B교사(30)가 고창의 4곳 중학교 외에 지난 9월부터 이 학교의 수업을 맡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A중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그는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학교·학년 별로 교과서와 진도도 각기 달라 고충이 있다"면서 "수업시간이 끝나면 다른 학교로 이동하기 바빠 아이들과 관계 맺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전주 C중학교도 순회교사·정원외 기간제교사로 수업 운영에 도움을 받고 있다. 전주교육지원청이 C중학교에 파견하는 순회교사는 미술·사회과목 등 2명.

 

여기에 이웃 중학교의 영어교사 1명과 체육교사 1명까지 지원받고 있다. 이 학교 교감은 "학생수에 따른 교원 배정의 부작용"이라면서 "교육청 소속 순회교사는 관련 수업시간만 부담할 뿐 생활지도는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에선 애로사항이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땐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북지역 중등교원의 불균형이 교사 돌려막기를 부추기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0년부터 교원의 정원을 '학급수'에서 '학생수'로 변경하고 보정지수를 도입해 배정한 결과다. 올해 전북지역 초등 교원 충원율은 102%인 반면 중등 교원 확보율은 78%. 전북교육청이 부족한 중등 교원을 순회교사·정원외 기간제교사로 메우는 이유다.

 

이로 인해 순회·겸임교사·정원외 기간제교사 등이 증가하면서 수업의 질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주지역 D교사는 "선택교육 과정과 집중이수제를 적용하다 보면 전체 학생과 교사의 비율은 맞더라도 과목별 교사의 수급 균형이 깨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면서 순회교사제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지적했다. 익산지역 중학교 E교장도 "교사가 더 늘어 수업시수(과목당 1주일에 배정된 수업 시간)도 줄고 겸임도 안 하게 되면 좋겠으나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진로진학상담교사·전문상담교사들도 인원수를 늘리기는커녕 충원조차 지연되고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 94명, 전문상담교사 8명이 배치됐던 전북의 경우 명퇴·전출 등으로 9명이 빠져나간 반면 올해 진로진학상담교사 채용은 5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무조건 교원수 감축'이라는 일괄지침으로 인해 탄력적인 교원배치가 요원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신병식 전북교육청 미래인재과 장학사는 "다른 교과교사를 빼내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배정하면, 정원외 기간제교사로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