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본다는 것은 썩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의 심기를 살핀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헌데 필자는 부쩍 이 ‘눈치’ 때문에 고민이다. ‘소비’에 대한 눈치가 필자의 심기를 크게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소비의 양이 많아 가족이나 지인의 눈치를 본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속사정은 정 반대이다. 필자는 오히려 소액의 소비를 할 때 눈치를 보고 있다. 새는 돈을 줄이기 위해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금액이 크지 않은 물건을 구매할 때의 심정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실제로 체크카드로 소액의 물건을 구매하며 면박을 받은 경험도 적지 않다. 분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체크카드를 내밀었다가 사장님으로부터 ‘염치도 좋다’는 비아냥을 들은 바도 있고, 한 중국집 사장님은 체크카드로 계산을 하자 마치 들으라는 듯 ‘이놈에 카드 때문에 장사 못 하겠다’는 말을 전하셨다.
택시를 탈 때에도 이러한 눈치는 이어진다. ‘단거리’로 인한 눈치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황금시간대에 단거리 이동을 위해 택시를 자칫 잘못 탄다면 호된 면박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단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타야하는 상황에서 기사 분께 죄송스러움을 전하고, 요금을 계산할 때 잔돈 정도는 받지 않으며 극도의 눈치를 본다. 아울러 대기 중인 택시는 절대 타지 않고 반드시 지나가는 택시만을 탑승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고객이 서비스 제공자에게 눈치를 보는 ‘주객전도’가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적은 금액을 판매하고도 카드수수료로 인해 마진을 적게 봐야 하는 영세 상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사납금 인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사 분들을 비하하겠다는 의도도 더더욱 아니다.
다만 내 돈을 지불하고 재화를 구매하는 입장에서, 서비스 제공자에게 면박을 당하고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이다.
아울러 소액 계산자에 대한 그러한 면박은 서비스 제공자 당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큰돈을 시원시원하게 긁을 수도 없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그리고 체크카드 사용에 큰 편의를 느끼는 입장에서 필자는 면박을 받은 가게를 방문할 때 현금을 구비하기 보다는 해당 가게를 방문하지 않는 대안을 선택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마트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눈치’를 본다는 것은 함께 있는 상대방의 심기를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카드수수료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영세 상인들을 위해 약간의 현금을 구비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서비스 제공자 역시 소액 소비자의 심기를 보다 고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조금만 살핀다면 불필요한 언쟁과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