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 해도 관악부는 우리 학교가 전국 최고입니다.”
고광태 부안초등학교 교장은 관악부를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최근에야 정부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El Sistema) 열풍을 선도해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음악교육을 하고 있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음악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삶에 희망과 꿈을 채워주겠다는 발상은 아주 앞서간 것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교육을 뜻한다.
△ 두 번의 화마에도 역사는 계속된다
부안초등학교의 역사 되짚기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이었다. 1912년 개교와 1981년 부안초 병설유치원 개설 사이의 역사는 빈 칸에 가까웠다. 기록조차 찾기 어려운 두 번의 화마(火魔)로 인해 지난해 100주년 기념행사도 어렵사리 치렀을 만큼 학교자료가 거의 소실됐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전교생이 2500~3000명을 차지할 정도로 부안군에서는 제일 가는 역사와 규모를 자랑했으나 농어촌 학생수 급감을 피하지 못하면서 예전의 위용을 잃어버린 상태다. 지난 2월 기준 졸업생은 2만2471명. 현재 특수학급을 포함해 22학급이다.
고광태 교장은 “개교 100년의 역사적 발자취를 거울 삼아 창의·인성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관악부를 비롯해 축구부, 합창부, 씨름부가 전국대회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둬 학교와 지역사회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100주년 기점 동문회 시작
지난해 100주년 행사 때 총동문회가 재조직됐다. 총동문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나 와해됐다고 할 만큼 활동 자체가 없었다. 학교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학생수가 워낙 많아 반창회 중심으로 모였다가 뒤늦게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동문들을 규합하려다 보니 연락망이 연결되지 않았던 것. 지난해 총동문회장을 맡게 된 노일천 전 부안교육문화회관 관장은 “지난해 100주년 기념행사 때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졸업생 600여 명이 모였다”면서도 “다만 자료 소실로 인해 100주년 기념자료집을 내놓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총동문회를 통해 파악된 역대 동문들도 40~50회 경계에 있는 졸업생들에 그쳤다. 그럼에도 정계·법조계·교육계에 진출한 이들은 꽤 많았다. 이 시기에 정계에 진출한 김종수 전 도의원(41회), 장석종 전 부안군의회 의장(48회), 장세환 전 국회의원(51회)이 눈길을 끈다. 장세환 전 의원과 오랜 지기인 노일천 전 관장은 “장세환 전 의원은 부안초 5학년 재학 도중 전학을 갔으나 부안초 졸업생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재윤 전 대법관(45회)과 조광제 전 국정원 국장(51회), 박희원 전 전북경찰청장(42회)이 법조계·행정계의 ‘파워 인맥’이다.
교육계 진출은 꽤 많은 편이다. 6년 선·후배인 임영식(42회) 송경식(48회)이 전 부안교육장을 비롯해 노일천 전 부안교육문화회관 관장(51회), 강귀자 부안동초 교장(50회), 서춘국 군산마룡초 교장 등이 진출해 있다.
△ 전국 ‘명문’ 관악부 두각
이의문 부안초 교감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 관악부는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쓴 학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4~6학년 학생 62명으로 구성된 관악부는 플루트·클라리넷·트럼펫 등 다양한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한다.
30년 째 관악부 터줏대감을 맡고 있는 최홍열씨는 “아이들이 얼렁뚱땅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주고, 학부형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고광태 교장도 “관악부처럼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이것은 비밀이고, 또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부안초는 창의·인성교육연구학교(2011~2013)와 창의영어모델학교(2012~2014)를 운영 중이다. 2011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을 계기로 창의인성교육 연구학교로 지정 돼 자율·봉사활동에 중점을 둔 창의적 체험에 주력하고 있다. 영어동아리·방과후프로그램·영어독서 활성화, 영어 페스티벌 개최 등도 창의영어모델학교 운영의 결과다.
부안초는 지난해 전국 학부모 참여교육 우수학교 지정으로 인해 올해 학부모 참여교육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사업인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 교육복지사업 등도 내실을 기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