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이 살아나려면

▲ 객원논설위원
입시의 계절이다. 지난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오는 27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9월부터 대학들은 1차와 2차 수시모집을 통해 우수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2월 19일부터는 정시모집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1년 농사, 아니 학생들 입장에선 초·중·고 12년의 농사가 결실을 맺는 순간들이다. 예전 같으면 추위로 몸과 마음이 오그라드는 때지만 시험일이 앞당겨져, 퍽 다행이다. 하지만 입시 열기는 초겨울 한파가 무색할 만큼 뜨겁다. 상위권 대학은 우수인재를 붙잡기 위해, 중하위권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이미 가채점한 결과를 가지고 어느 대학에 원서를 낼지 저울질에 바쁘다. 올해는 국영수 과목이 A/B형으로 나눠져 더욱 셈법이 복잡해졌다.

 

고교 학생부·자기소개서 작성 꼼꼼히

 

이러한 때 전북 교육계는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끼리 공방이 치열하다. 전북대와 군산대 등 도내 대학들도 총장 선출을 앞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반면 전북인구는 감소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제 또한 1960년대 이래 계속 바닥이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도민들의 신앙처럼 굳어진 새만금사업 역시 언제 기지개를 켤지 안갯속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혁신도시, 탄소산업 등이 겨우 어둠속 등불 역할을 하고 있지만 희미하긴 마찬가지다. 중앙에서의 전북인재 발탁도 박근혜 정부와 엇나간 탓인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도약의 사다리가 될 교육의 역할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리 밝지 않아 걱정이다. 고교와 대학으로 나눠 살펴보자. 우선 고교부터 보자. 고교교육의 현장 진단은 학생부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학생부에는 학생의 출결부터 교과학습발달상황과 각종 비교과활동 등 15가지 사항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학생 뿐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의 총체적 역량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런데 도내 고교의 경우 독서활동이나 진로지도, 창의적 체험활동 등이 아예 없거나 몇 줄 쓰고 만 경우가 의외로 많다. 수도권 고교는 물론 광주, 대구 등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그들은 너무 넘치게 쓰는 바람에 평가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물론 양이 많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의 열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도 전공 적합성 등 평가자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이 드물다. 그만큼 고심한 흔적이 적다는 얘기다.

 

그러면 대학은 어떤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우수학생 유치가 가히 전쟁 수준이다. 급격한 학생수 감소로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 일부 사립대는 수시 1단계만 합격해도 꽃바구니를 보낸다. 각종 인적 네트워크와 장학금, 해외유학 등을 고리로 학생들을 유혹한다. 서울대마저 수시를 담당하는 25명 안팎의 입학사정관이 전국을 지역별로 분담해 우수인재를 훑어가고 있다. 또 서울대가 2015학년도 정시모집을 가군으로 이동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연·고대는 나군으로 옮기는 등 법석이다.

 

도내 대학 우수 신입생 모집 신경을

 

그런데 도내 대학들은 방죽 안에 있는 씨알 굵은 물고기들을 놓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이 저인망으로 몽땅 쓸어 가는데도 멀거니 쳐다만 보는 형상이다. 비교적 형편이 나은 전북대의 경우 조금 인기 있는 학과의 교수들은 “왜 내가 고교연계에 나서야 하느냐”고 소 닭 보듯 한다.

 

전북은 지금 외로운 섬과 같다. 자체 내발적 성장요인이 적다. 더구나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위기감이 높다. 충청권 정치인들은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으니 국회의원 수도 인구비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댈 곳은 교육밖에 없다. 보통교육에 대한 면밀한 성찰과 고등교육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모두의 열정에 불을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