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 심옥남
내 모자는 내 머리보다 크지

 

내 신은 내 발보다 크지

 

나보다 크지 않고는

 

나를 입을 수 없는 나의 바깥들

 

목보다 큰 목걸이를 걸고

 

손가락보다 큰 반지를 끼고

 

거리를 나서네

 

몸 하나에 몇 벌의 바깥을 걸치고

 

몸 하나에 몇 개의 이름을 휘감고

 

사람들을 만나네

 

나보다 커서 나를 감싸주는 허물들

 

나보다 아름다워서 나를 빛내주는 껍질들

 

허물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민달팽이 한 마리

 

천 - 천- 히 세상을 건너가네.

 

*1998년 전주일보 신춘문예와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세상, 너에게〉 〈나비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