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은 내 발보다 크지
나보다 크지 않고는
나를 입을 수 없는 나의 바깥들
목보다 큰 목걸이를 걸고
손가락보다 큰 반지를 끼고
거리를 나서네
몸 하나에 몇 벌의 바깥을 걸치고
몸 하나에 몇 개의 이름을 휘감고
사람들을 만나네
나보다 커서 나를 감싸주는 허물들
나보다 아름다워서 나를 빛내주는 껍질들
허물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민달팽이 한 마리
천 - 천- 히 세상을 건너가네.
*1998년 전주일보 신춘문예와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세상, 너에게〉 〈나비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