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우석대 총장이 26일 이임한다. 지난 2011년 5월 취임한 강철규 총장은 2년8개월을 재임하면서 우석대를 한뼘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강철규 총장은 그동안 ‘학생중심 대학’을 구현하기 위해 노심초사했고, 이를 통해 학교의 체질개선이 가시화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강철규 총장으로부터 이임의 소회와 함께 우석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 등을 들어본다.
-2년8개월의 총장 임기를 마무리하신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가르치는 일, 학생들을 돌보는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석대와 인연을 맺으면서 ‘학생들에게 꿈과 뜻을 찾아주는 대학을 지향하겠다’고 다짐했고, 이를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석대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재학시절 꿈과 가치를 찾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착근할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앞세웠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꿈과 뜻을 찾아주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이 정착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석대의 체질개선이 얼마나, 어떻게 이뤄졌는지 소개해 주신다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시작됐고,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생중심의 대학으로 만들자’는 고민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고민을 앞세워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교직원들이 합심했고,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봅니다. 일례로 학교가 많은 예산을 들여서 모든 신입생들에게 적성검사와 성격검사를 해줍니다. 더 나아가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천직개발 및 진로개발 캠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천직과 관련해 학생들의 61.8%는 현재 선택한 학과와 매칭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 반면 28.1%는 현재 다니는 학과와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적성이 맞지않는 학생들을 위해 12개의 융복합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융복합과정은 다른 학과를 합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입니다. 학생들이 식품안전, 아동발달, 풍력에너지, 문화관광컨텐츠, 카페운영 등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학교가 그 과정을 제공해줍니다. 또다른 사례는 학생들의 협동심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석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레공동체를 필수과목으로 운영중입니다. 우석대 학생이라면 학과도, 성별도, 지역도 다른 20명이 팀을 이뤄 한학기동안 공동체생활과 강의캠프에 참가해야 합니다. 서로 더불어 사는 훈련을 거치는 셈입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에는 ‘평생 친구를 만났다’면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총장 재임기간에 보람있었던 일이 꼽으신다면.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한해에 신입생들이 대략 2000명 가량 들어오는데, 신입생 전체와 소그룹으로 나눠 대화를 나눴습니다. 졸업생들과도 만났습니다. 학생들에게 인생경험이나 철학을 전해주고,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런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의식과 됨됨이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행복했습니다. 우석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선정도 보람있는 일로 꼽고 싶습니다. 우석대는 지난해 전북에서 유일하게 LINC사업에 선정돼 첫해에 3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5년동안 꾸준하게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올해들어서는 최우수대학에 선정되면서 인센티브를 포함해 51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10년동안 지원을 받는 공학교육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석대도 생존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석대가 한국의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면 학령인구가 현재의 55만명에서 37만명으로 줄어들 게 됩니다. 2000명 수준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 100곳이 없어지는 겁니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일수록 힘이 들 것입니다. 우석대도 향후 10년을 내다보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직원과 학생이 합심해서 고비를 넘는다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석대가 어려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특성화입니다. 앞으로 모든 학과를 끌고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 특성에 맞고, 지역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쪽으로 특성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두번째는 재정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넉넉한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정부지원을 받거나 지방정부, 기업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학교에 들어가면 전체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위한다’거나 ‘학생의 프로그램을 따라가기만 하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다면 학생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미 우리 학교는 어느정도 초석을 다졌고, 몇 개 학과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도민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전북도민들은 ‘전북이 농경시대의 중심이었지만 산업화시대에는 소외됐다’는 박탈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얘기는 ‘삶의 질이 높고, 오히려 앞으로 도약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부 산업화 선도지역들은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생활환경의 질도 떨어집니다. 전북이 산업화는 늦어진 대신에 환경친화적인 녹색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우석대도 학교의 바탕이 좋습니다. 앞으로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은 뒤 이를 학교발전에 보태면, 브랜드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강철규 총장은
- 공정거래위원장 역임 / '합리적 사고의 대명사'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데다 ‘강철’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강철규 총장은 얼핏 엄격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하는 총장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붙잡고 대화를 즐기며, 이를 통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간다. 대학 구성원들이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거나 ‘합리적 사고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관급 관료를 지낸 사람답지 않게 액션이 크지 않고, 의외로 비정치적인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과 산업연구원을 거쳐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장관급인 초대 부패방지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었다.
● 강 총장 교육철학 담긴 책자 '학생 위한 100가지 서비스'
강철규 총장은 그동안 학생중심의 서비스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같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우석대에서 받을 수 있는 100가지 서비스’책자다. 강 총장은 취임직후 “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아보자”라고 제안했고, 이를 한데 묶어 책자로 펴낸 것. 책자는 2년에 한번꼴로 수정판을 내고 있으며, 현재는 100개를 훌쩍 넘어 135개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강 총장은 “서비스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물론 담당자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적지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책자는 우석대가 얼마나 학생들의 편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