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연초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국보급 유물인 사리장엄 유물 전부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전북도가 문화재연구소·익산시와 함께 미륵사지석탑 복원 착수식을 기념해 27일부터 4개월간 익산유물전시관에서 사리장엄 특별전을 갖는다.
사리장엄 출토 직후 한 차례 가졌던 특별전이 일부 유물들로 이루어진 맛보기 전시였던 데 비해 4년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체 9900여점의 출토품 중 석탑에서 수습된 사리와 사리장엄구 9600점이 공개된다. 직물류, 도자(칼), 사리병편 등 보존처리가 완료되지 않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유물만 제외됐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유물은 그동안 발굴기관인 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 처리한 뒤 임시보관해왔다. 당시 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유물은 금제사리봉영기, 사리기인 금동제사리외호·금제사리내호·유리사리병, 공양구인 명문이 쓰인 금판 등 9900여점 이상이 확인됐으며, 석탑 하부에서 발견된 유물은 토제 나발(불상의 곱슬머리) 등 200여점 이상이 확인됐다. 이는 국내 석탑 내 발견 유물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2009년 석탑 1층 심주석에서 사리장엄이 발견되면서 구체적인 석탑의 건립시기(639년)와 미륵사 창건의 성격과 발원자(백제시대 무왕의 왕후)가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사리를 직접 봉안했던 금제사리내호와 금동제사리외호의 양식 및 제작기법은 7세기 전반의 백제 금속공예 및 미술 양식이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는다.
노기환 전시담당은 “창건 당시 석탑의 사리공 구조 및 유물의 배치 양상을 처음으로 완전하게 확인한 예이자, 석탑 하부 구조의 조사를 통해서 석탑 하부의 사리 공양 의례 관련 유물을 본격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대 백제뿐 아니라 동아시아 탑과 사리장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석탑 기단부에 인조 나발과 손톱을 봉안하는 의례는 중국의 불교 의례를 받아들여 백제화시킨 예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륵사지 석탑에 사리를 봉안한 사리기의 내부를 다양한 종류의 값진 구슬들로 가득 채우는 양식은 이제까지 동아시아의 사리장엄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백제만의 사리장엄 방식으로 보았다. 특히 사리장엄 일괄품은 그동안 잊혔던 백제와 신라, 중국, 일본 등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 양상을 새롭게 밝혀주는 귀중한 불교미술품이라는 게 전시관의 설명. 이들 유물들은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백제 미술 양식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들로서, 백제 후기 불교 및 왕실 문화의 다양성과 개방성, 국제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 사리공과 청동합에서 발견된 진주 구슬의 존재는 백제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직접 교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노 담당은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수많은 유물들에 대한 기초적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며, 앞으로 각 유물들에 대한 개별적인 고찰 및 동시대 신라, 고구려,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심도 깊게 고찰하여 동아시아 고대사의 새로운 이해가 이 유물들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