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대통령 호위무사 자처
여야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해 특위든 특검이든 불법을 저지른 국가기관과 이를 조사하는 수사기관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면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총리 이하 책임자는 사법부 판단이라는 엉뚱한 답변만을 계속하고 있다. 수사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형국이다. 대통령은 이를 잘 알면서도, 엉뚱하게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하길 주문하고 있다.
이쯤 되면 10년 전 선거개입과 탄핵사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뒤 치러진 2004년 총선 전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대통령이 총선에 개입했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해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노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얻어 선출된 국회와 대통령, 두 선출 권력의 충돌을 염려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의회권력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는 경쟁적 협력 관계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선이후 치러지는 총선에서 대통령은 소속 당의 협력을 받아야 하며, 소속당의 승리가 안정적 국정운영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여당의 승리를 바란 것이지만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했다며, 선거 중립의무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선출직·일반직 여부를 떠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엄격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년 전 국회의원 신분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서명했다.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에 “노 대통령이 나라를 걱정한다면 당연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과를 요구한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됐다.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여당과의 관계에 대한 고심을 표현한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개입이라 비판했고, 다시 대통령이 된 그 국회의원은 전세계가 놀랄만한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의 수혜자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불통 국민적 저항 거세
지난 9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은 ‘국정원 여직원’에게 “선거도 끝나고 이제는 흔적만 남았네요. 김하영 씨 덕분에 선거 결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란 문자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의 고위 책임자가 선거에 개입했으며, 그 선거 개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해진 순간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사법부의 판단과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 당연한 원리를 밝히라고 한 것이 아니다. 검찰 수사팀장을 징계하고, NLL로 돌아가신 대통령을 욕보이며 물타기를 하고 있는 현 사태를 대통령 밖에 풀 수 없기에 그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불통에 국민적 저항은 거세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선 모양새다.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말하긴 쉬워도 실행하긴 어려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