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보도' 한겨레 기자 항소심도 유죄

법원, 청취·녹음·보도 모두 유죄 인정하고 선고유예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40) 기자가 휴대전화 녹음과 보도 행위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안승호 부장판사)는 2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1심은 징역 4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하면서 대화 내용을 몰래 들은 행위를 유죄, 녹음과 보도는 무죄로 봤다.

 

 이미 자신과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를 녹음 중인 상황에서 남의 대화가 이어졌다면 녹음을 중단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청취와 녹음·공개 행위의 유무죄를 따로 나누지 않고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취·녹음의 유무죄에 대해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대상이 되는 대화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 기자가 대화에 참여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에 해당해 청취나 녹음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기자가 이를 인식하는 순간 청취나 녹음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이 공적인 관심사안이어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화 당사자들이 공적인 인물이어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부 제한된다 하더라도 대화 내용을 보도해 얻는 이익이 통신비밀 유지의 이익보다 크다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화 상대에게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고 알리거나 들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등 적법행위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최 전 이사장과 통화한 뒤 그가 휴대전화를 끊지 않고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과 지분 매각 문제를 논의하자 녹음된 내용을 대화록 형태로 보도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