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시는 하제

▲ 호병탁
가을걷이 엊그제 같은데

 

간사지 들판에 벌써 싸리눈 비친다

 

아랫녘 바닷가, 눈 많은 고장인 탓이다

 

개펄에 누운 늙은 고깃배 두어 척

 

그대로 풍경이 되는 마을 끝

 

이름뿐인 선창, 한때

 

어부들 웃음소리 드높았다는 오두막 주점

 

오늘 장사도 될성부르지 않다

 

고향 보자고 찾아든 친구 위해

 

짚검불 타닥대는 아궁이 앞에 쪼그린

 

시인은 소주에 피조개를 시킨다

 

다른 조개는 다 구어 먹어도

 

피조개만큼은 생으로 먹어야 혀

 

피도 먹어야 혀

 

그렇게 잔이 오가다보니

 

소주 몇 병은 일도 아니다

 

조그만 눈 봉우리 된 뒷결 두엄자리 우에

 

오줌발로 우리는 무슨 글자 쓰는가

 

싸락눈은 고대 함박눈으로 되어 있었다

 

* 제1회 군산문학상 수상작. 호병탁 시인은 1990년 시집 〈칠산주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