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정, 따뜻한 세상] 봉사단체 꾸려 7년째 활동 전주 한일례 회장

회원 20여명 한마음 / 매년 김치·연탄 나눔 / 홀로노인 말동무도

▲ 봉사단체를 만들어 7년째 지역 홀로노인, 소년소녀가정을 후원하고 있는 전주 한일례(왼쪽) 회장이 2일 전주 서곡지구에서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이은래 할머니에게 간식을 드리며 말동무를 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받는 기쁨 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요.”

 

지역 홀로노인과 소년소녀가정, 장애우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아낌 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단체‘작은 봉사, 큰 기쁨 사랑의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한일례 회장(56·전주 효자동3가).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한씨는 2007년‘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평소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뜻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봉사단을 꾸렸다.

 

이때부터 한씨는 회원 20여명과 함께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생활하고 있는 노인요양시설, 보육원, 장애인복지시설 등을 위한 김장김치 담그기, 연탄배달, 식사 대접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달에는 김치 1만포기를 담가 가까운 사회복지시설 및 홀로노인 가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달에도 총 10가구에 각각 연탄 200장씩을 배달할 계획이다.

 

또, 공인중개업을 하는 한씨는 집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홀로노인들의 집을 알아뒀다가 쌀, 반찬 등 생필품을 매월 2차례에 걸쳐 전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알게 된 홀로노인 가구가 30여세대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씨의 이런 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인근 상가 등 10여곳에서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작은 나눔이 점차 널리 퍼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이웃의 넉넉한 정이 어둡고 그늘진 곳에 계신 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처럼 일이 순조롭게 풀렸던 것은 아니었다.

 

자기일도 내팽개치고 나서는 한씨의 열성적인 봉사활동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시선이 늘 따라다닌 것.

 

또,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소외돼온 이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봉사를 가면 어떤 분은 자신의 하녀처럼 대하기도 하고, 때론 문전박대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대접을 받고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한씨의 마음을 다잡게 했던 것은 사랑을 베풀수록 달라지는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물질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꾸준히 어르신들을 찾아 말동무도 하고, 생활에 불편한 점을 듣고 그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드리다 보니 어느새 ‘민원 해결사’로 불리게 됐습니다.”

 

이달 2일에도 한씨는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이은래 할머니(80)의 집을 찾아 쌀과 과자, 라면 등을 전달했다.

 

이 할머니는 연신 “항상 고마워, 이 은혜를 어떻게 갚누”라며 한참동안 한씨의 손을 꼬옥 잡고 놓지 않았다.

 

한씨는 6.25때 총상을 입었던 이 할머니의 다리를 계속 어루만지며 “날이 쌀쌀해지면 통증이 재발한다”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가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