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 편성 오류
경주, 부여, 공주 그리고 익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도보존육성사업은 우리 역사와 문화, 지역경제와 관광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고도보존지구 지정으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생활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고도보존 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한결 같이 자신들이 살던 터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편성의 구조적인 오류 때문이다.
고도를 보존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인 이 사업은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보수정비사업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이 문화재 발굴·복원·유지·보수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는 한, 주민지원사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보수정비예산으로 편성되는 고도보존육성사업은 향후 10년간 국고지원 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런데 총액계상사업이라는 틀에 갇혀 예산 증액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자체는 매년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을 신청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에서는 수요의 약 20% 정도만 반영하고 있어 대규모 사업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총액계상사업인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은 규모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내역사업인 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을 증액할 경우 다른 문화재 보수예산을 상대적으로 줄여야 하는 구조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은 기본계획에 따라 연평균 527억 원의 국고지원 즉,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총액계상사업인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으로는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증액할 경우 국가 전체 문화재 유지·보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문화재보수예산 중 고도보존육성사업비는 연평균 2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익산의 경우만 봐도 금마도 토성 정비 등 17개 사업과 함께 주민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예산문제 때문에 모든 게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은 법률과 고시에 따라 각각의 기본계획 및 중장기 사업계획이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재보수정비 예산과 같은 총액계상사업으로 편성할 이유가 없다. 세계유산보존관리사업이 2011년부터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에서 별도 세부사업으로 분리·운영되고 있듯이 고도보존육성사업도 별도 세부사업으로 계정 분리돼야 한다.
주민지원 관련 예산 확보 최선다할 터
아울러 주민지원사업 예산을 담을 그릇을 문화재청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옮겨야 한다. 문화재 발굴 및 유지보수는 문화재청에서 하되, 고도보존육성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문화관광 창조사업은 진흥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끝으로 국회에서 2014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그 순간까지 고도보존육성사업의 주민지원 관련 예산이 확보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