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와 다름이 없다. 60년대에 본격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수출의 날에 대대적인 포상을 통하여 수출역군을 격려하고, 수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발, 의류 등 노동집약적 상품의 수출에 주력하여 수출 1억 불을 돌파한 후 7년만인 1971년에 수출10억 불을 달성하였다.
70년대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국민소득 1000불, 수출 100억 불’이라는 문구가 다니던 중·고등학교 곳곳에 걸려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에 총력을 쏟았던 결과로 1977년 수출이 100억 불을 돌파했고, 국민소득도 1000불을 넘어섰다.
또 수출 1000억 불을 달성하던 1995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불을 넘어섰다. 1977년부터 1995년까지 수출이 10배 증가하면서 국민소득도 10대 증가하였던 것이다. 수출 증가가 국민생활 수준 향상과 직결되던 시절이었다. 수출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수출이 국민소득과 이어지는 고리는 최근에 들어 크게 약화 되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2만 불을 넘어섰던 2007년 수출은 3715억 불이고, 국민소득은 2만1632불이었다. 5년이 지난 2012년, 수출은 5479억 불로 47% 증가했지만 국민소득은 2만2708불로 약 5% 증가에 그쳤다.
즉 수출이 늘어나도 이제는 그만큼 국민생활이 넉넉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초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3 중소기업 위상지표」를 보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 총 수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31.9%에서 2012년 18.7%로 대폭 감소하였다.
거꾸로 말하면 대기업의 수출비중이 68.1%에서 81.3%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최근의 수출 증가는 전적으로 대기업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에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종사자 수를 보면 대기업 비중이 2006년 24.2%에서 2011년 23.3%로 오히려 비중이 감소하였다.
대기업의 수출비중은 크게 증가하면서도 제조업에서 고용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 것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드린 막대한 외화를 고용, 원자재 및 부품 구입, 투자, 세금 납부 등의 채널을 통하여 국민경제에 나누어주어야 국민경제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10대 그룹의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 유보금이 지난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3년 전보다 43.9% 늘어났다”는 언론보도나, “한국 대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규모는 2003~2007년 470억 불에서 2008 ~2012년 1050억불로 크게 증가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대기업은 수출로 돈은 많이 벌고 있으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수출 증가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국민의 냉소적인 시각도 이해가 된다.
무역의 날 50주년을 맞이하여, 이제 앞으로 다가올 50년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수출이 국민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확대,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등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래서 무역의 날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나아가 우리국민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