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통공예가구 자부심 '전주장'
‘전북 전통공예 채록 시리즈’ 에 실린 ‘전주장’의 주인공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병진 소목장이다. 소목장(小木匠)은 장롱 등 생활가구를 만드는 장인이다. 50 평생 전통목가구 외길 인생인 그는 1992년 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1호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04년 제29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전주 버선장’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통가구 명장이다. 이후 2012년 4월 전북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으로 지정됐다. 소병진 명장의 간판 작품이 된 전주 전통가구 ‘전주장’은 100년 전 전주지역에서만 생산됐던 것으로, 소 명장이 발굴·복원해 낸 것이기에 특히 의미가 깊다.
완주군 용진면 녹동마을이 고향인 소병진은 집안 살림이 어렵게 돼 중학교 2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전주 중앙가구 소목반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열다섯 살이었다. 완주 용진에서 20리길을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까워 공방에서 숙식하며 기술을 연마했다. 1971년 전주에서 열린 기능올림픽 가구부문에 출전, 은메달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대회에서 우수한 실력을 발휘했고, 2004년 전통공예종사자들의 꿈인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약40년 만에 소목장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는 단순히 전통가구를 잘 만드는 장인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안하는 창의적 장인이다.
서울 동일가구에서 일하던 어느 날, 그는 인사동에 갔다가 한 골동품 가게에서 매우 특별하고 아름다운 ‘장’을 만났다. 느티나무로 만든 작고 예쁜 장. 표지판에 ‘전주장’이라고 씌어 있는 이 장은 18세기부터 전주지방에서 쓰던 안방의 예술품이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소 명장은 인사동 골동품가게는 물론 박물관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전주장을 찾아 다녔고, 조선시대 후기 우리 전통가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주장’ 복원에 성공했다. 전주장은 그가 산통을 견디며 탄생시킨 명품이 되었고, 전북 전통공예가구의 자존심이 되었다. 그는 이런 과정 속에서 부재와 부재 사이에 한지를 붙여 나무의 변형을 완벽하게 막는 방법을 고안, ‘목가구용 적층부재’란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소 명장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되길
지난 11월23일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 위치한 소병진 명장의 공방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았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후보에 오른 소 명장에 대한 심사를 위한 방문이었다. 이들은 소 명장을 대상으로 질문하고, 공방의 전통 수공구와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소명장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대패과 톱, 끌을 이용한 전통방식 그대로 ‘숨은 장부맞춤’을 해보이고, 결과물을 제출했다.
그가 이번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전북의 큰 경사다. 이리농악, 이리향제줄풍류, 임실필봉농악, 위도띠뱃놀이, 백동연죽장, 윤도장 등에 이어 소목장 부문의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완주군 구이면 천철석 소목장 등 40년 이상 전통 가구예술의 외길을 걷고 있는 장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 것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묵묵히 지키는 명인들이 있기에 이 땅에 민족 혼이 살아 숨 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