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정책연구소 길을 묻다

▲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전북여성정책연구소장의 공석이 8개월째다. 소장의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요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 입장은 두차례에 걸쳐 공모를 하였으나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적합한 경력을 가진 여성인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그래서 전북도는 외부인사 중 공모를 통해 임명하도록 되어있는 현재 규정을 바꿔 ‘내부승진을 통해 소장을 임명’하는 방향으로 소장 공석을 메우려는데 급급하다. 병세(病勢)가 짙은데 화장으로 아픈 곳을 치장하여 가리는 격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시점에서 전북여성정책연구소가 전북발전연구원 부설기구 위상을 가지고 지금 위치에 있기까지 역사를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1996년 전라북도는 전국최초로 부지사 직속 여성정책담당관실을 두고 여성정책을 연구개발 하도록 하였다. 이후 2001년 여성정책관련 전문가 연구집단으로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을 설립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2002년 설립된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이 안정적으로 기능을 수행하기도 전, 지역언론과 전라북도는 지방발전연구원 설립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여성발전연구원을 전북발전연구원으로 확대개편 할 것을 요구하였다. 여성계의 반대로 인해 잠시 주춤하다가 2004년 전북발전연구원 설립을 위해 여성발전연구원을 해소하는 발전안(?)에 잠정합의하게 되었다. 이때 여성계와 전북도가 합의한 내용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10월 28일 전북도와 여성계 간담회에서 논의된 통합안에 따르면 연구원 원장 산하에 ‘여성정책연구소’와 ‘지역정책개발연구소’ 등 2개의 연구소를 두고 양 조직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내용. 또 ‘여성연구소는 운영과 예산 등의 측면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연구소 소장 책임하에 자율 집행권한을 부여하며 향후 5년간 올 예산의 660% 수준으로 예산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현재 전북발전연구원에서 여성정책연구소의 위상은 어떤가? 자율성과 독립성은 보장되고 있는가? 이사회 구성에 여성참여는 보장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여성정책연구소장에게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는 게 지역 여성계의 의견이다. 여성정책연구소장은 전발연 원장이 위임한 사안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기 때문에 자율성·독립성에 어려움이 있다. 여성정책연구소장과 연구직에 대한 평가를 전발연 원장이 하기 때문에 활동 폭도 제한된다. 운영위원회가 있어서 여성계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나 운영위는 의결기관이 아닌 자문기관 성격을 가지며, 여성계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역할을 할 뿐이다. 독립예산은 편성되어 있으나 예산집행권은 전발연 원장이 가지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소는 지역개발 및 도시 생활공간의 여성친화적 변화, 다양한 가족문제 등 지역적 과제 연구와 함께 성주류화를 위한 성인지통계,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지역여성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연구결과가 지역정책과 생활에 환류 되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여성정책연구소는 전발연과 통합된 후 독립성 유지하면서 여성정책기관으로서 위치를 찾아가기는 커녕 숨쉬는 것을 유지하기 조차 힘든 식물인간상태다. 여성정책연구소 시스템을 현재 상태로 유지한 채 소장 임명에만 급급해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