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순창초 - 수업혁신 다양한 실험…학생 중심 맞춤교육 명성

박남재 화백·진선미 국회의원 등 배출 / 정·법조·행정·재계 등 동문 기반 탄탄 / 독서정책·영어·다문화연구학교 지정

▲ 1908년 개교 당시‘순화학교’로 불렸던 순창초등학교는 옥천초와 순창중앙초를 분교로 둘 만큼 지역에서는 가장 큰 학교였다. 사진은 옛 교정 모습.

2008년 8월23일 순창초등학교의 100주년 기념행사. 전날부터 먹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이튿날 비가 줄곧 내렸다. 황만섭 순창초 총동문회장은 “‘순창초는 그 많고 많은 날 중에 꼭 행사만 가면 비가 왔다’는 일설(一說)이 있다”고 했다. 비로 인해 행사 개최에 제약이 많았고, ‘100년사 출간’이 무산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명문’순창초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 개교 105년 명문 명맥 잇는다

 

순창초등학교(교장 최필열)는 1908년 개교 당시 ‘순화학교’로 불리웠다.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 313번지 주소가 이름의 연원을 짐작하게 한다. 105년 역사가 말해주듯 순창초는 이 일대 명문이었다. 옥천초등학교와 순창중앙초등학교의 분교는 과거 순창초의 아우라를 보여준다. 지난 2월 기준 졸업생은 1만1716명.

 

100년 이상된 상당수 학교가 그렇듯 학교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를 찾기란 어렵다. 학교 운동장 한 켠에 있는 독서하는 소녀의 하얀 조각상을 보면서 대강 학교의 연륜을 짐작할 뿐이다. 1945년 8월15일, 그 역사적인 순간을 기억하는 나무는 학교의 자랑거리다. 총동문회 부회장 서상기씨는 “교정에 해방수가 있는 곳은 순창초가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개교 100주년 행사 때 ‘금산봉 정기받은 건아들아 영원하라’는 문구를 세운 기념비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큰 꿈을 키우며 날로 변화해 가는 사람’이라는 교훈을 새겨주고 있다.

▲ 현재의 순창초등학교 전경.

최필열 교장은 “순창초의 교육목표는 도덕인·창조인·자주인·건강인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면서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갖추고, 개성과 소질을 계발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신을 가꾸는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 동문회는 ‘주춤’ 동문은 ‘두각’

순창초는 기수별 동문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동문회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총동문회가 ‘반짝’ 활약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기대했지만,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동문들을 규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순창초 졸업생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쪽은 정계·법조계. 남매로 활약하는 여동생 전선미 국회의원(67회)과 진봉헌 변호사(58회)가 대표적이다. 순창초로 전학 간 정동영 국회의원을 포함하면 강대희·김병윤 전 도의원(59회), 양영수 전 군의회의장(59회)이 정계, 김영기 변호사(48회)가 법조계 인사로 분류된다.

졸업생 중 공직자는 의외로 많은 편. 김재중 익산국토관리청 국장(39회), 제태환 정읍소방서장(51회), 김 신 전주시 문화경제국장(56회)이 현직에서 활동 중이다.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황만섭 양평한솔요양병원 이사장(48회)을 비롯해 김춘동 군산CC 회장(41회)과 제성환 거성그룹 회장(49회)은 성공한 기업가로 꼽힌다.

 

대한민국 예술원이 매년 시상해온 ‘대한민국 예술원상’ 올해 미술 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서양화가 박남재 화백(32회)은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아 순창을 추억하기도 했다.

 

△ 수업 혁신을 넘어 학교 혁신으로

 

순창초는 지난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하지만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전부터 순창초는 수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전북교육청의 독서정책 연구학교(2004)를 비롯해 영어연구학교(2007~2009)와 다문화연구학교(2010~2012) 지정이 그 것이다.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춘 순창초는 80분 단위 블록수업, 학력 신장을 위한 디딤돌 학습 프로그램, 자기주도적 학습노트인 ‘순창꿈 자람터’ 제작·활용을 통해 수업을 혁신했다.

▲ 순창초 가족한마당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김지연 양(6년)은 “혁신학교가 되면서 1블럭 수업이 끝난 뒤 30분 동안 예습과 복습을 하고도 충분히 쉴 시간이 남았다”면서 “‘자람터’노트가 생겨 매일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꿈을 위해 오늘 노력한 일, 책을 읽은 간단한 독후감 등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임 교장들의 선견지명으로 5년 넘게 영어교육을 강화해온 결과 매년 ‘영어의 날’을 지정해 영어로 말하고 즐기는 ‘Fun Fun한 Funglih Party’ 개최 등이 이어지면서 영어를 쉽고 재밌게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솔선수범해 책을 읽는 학부모독서토론동아리와 교사독서동아리 덕분에 학생들은 체계적인 독서 습관을 익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