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장성택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일삼았고, 급기야 권력을 뒤집을 의도(국가전복음모죄)가 있었다. 물론 확실치는 않다. 판결문에는 장성택의 범행이 심리과정에서 100% 입증되고 피소자에 의해 전적으로 시인됐다고 적혀 있지만, 권력 2인자가 단심 재판만 받고 즉결 처형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만 있지 외부인들은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보도문 속에서 권력세계의 냉혹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장성택의 월권과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등 눈에 거슬리는 행각이 김정은 눈에 직접 띄었든, 숙청 주도 세력들이 감시 제보했든, 범죄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장성택은 권력 2인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다가 1인자와 그 측근들에게 찍혀 목숨을 잃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장성택의 ‘건성건성 박수’가 대표적이다. 장성택은 2009년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추대될 때 다른 사람들은 흥분하듯 박수를 치는 데도 느긋한 자세로 박수를 쳤다. 김정은과 동행한 자리에서 짝다리를 하거나 바지에 손을 넣고 걷는 여유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제놈이 늘 원수님 가까이에 있으면서 혁명의 수뇌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어 제 놈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려고 꾀하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언제 반란이 있을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인 김정은 입장에서는 ‘건성건성 박수치는 2인자’장성택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이 장성택 처형은 김정일이 사망 직전에 남긴 유훈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훈에는 ‘우리 대오에 숨어 있는 종파분자들을 경계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권력자는 누군가 비수를 들이댈지 몰라 늘 불안하다. 주변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어찌 이런 일이 북한에서나 있는 일이겠는가. 또 권력 주변에서 가슴 철렁하는 사람들이 없겠는가. 권력은 화려하지만 인간성을 좀먹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