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성탄절 온정

어릴 적 동네 교회 성가대원들은 크리스마스날 새벽 마을을 돌면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합창하곤 했다. 집 마당에 들어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두어 곡씩 불렀다. 신자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순방했다. 어머니는 과자와 떡 같은 걸 미리 준비해 뒀다가 성가대원들에게 전달했다. 자신의 딸이 성가대원이기도 했지만 새벽에 사랑을 전파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합창이 끝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갈 것이라 믿으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 아련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성탄절이면 또 생각나는 게 산타클로스 전설이다. 서기 300년쯤 작은 도시의 주교 니콜라오는 몰락한 집안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세 딸을 매춘부로 팔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몰래 금이 든 주머니를 집안에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 덕에 딸은 모두 결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 니콜라오는 ‘선물 주는 이’로 통한다. 그가 입었던 성직자의 붉은 복장에서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이 유래했다. 나중에 네덜란드 신교도들은 그를 ‘신터 클라스(Sinter Klass)’라 불렀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산타 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 산타클로스는 나눔과 사랑의 상징이다.

 

성탄절 들뜬 분위기는 1998년 IMF체제를 겪으면서 착 가라앉았다. 거리마다 울려퍼지던 징글벨 소리, 반짝이던 네온사인 불빛은 사그라들었다. 특수를 누리던 연관산업도 꺾였다. 마음의 여유로움도 사라지고 대신 양극화와 세계화, 경쟁, 실업, 빈곤 등의 단어들이 옥죄고 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는 법. 경제가 어렵다 보니 인심도 각박해진 탓일까. 연말 나눔도 줄고 있다. 전북의 ‘희망 나눔 캠페인’이 한달을 넘겼지만 모금액은 12억 8005만원(목표액은 48억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개인 기부가 줄었다고 한다.

 

‘생불대래 사불대거(生不帶來 死不帶去)’ 빈손으로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몇 해 전 홍콩 배우 성룡(成龍)이 4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한 말이다. 가진 자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 아이콘인 사랑의 빨간 세 열매는 각각 ‘나’와 ‘너’, ‘우리’를 의미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고 온정의 손길을 베푼다면 우리 공동체사회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