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목이가 삼키던 두꺼비를 꾸역꾸역 게워내고 있다. / 독으로도 삼키지 못하는 독(‘독사서독’중)
첫 시집 이후 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김유석 시인(53)이 잔뜩 ‘독’을 품었다. 시집 〈놀이의 방식〉(시인동네 시인선)의 제목이 주는 널널한 느낌과 달리 강렬한 이미지로 긴장시키는 시들로 엮어졌다.
시집 첫 작품부터 범상치 않다. ‘나를 연민하는 자 / 독하게 두들겨 패라’(‘북어’전문)고 시인은 들이댄다.
그저 아름답고 고운 모습들을 정겹게 마주할 수 있는 시는 그의 이번 시집에 없다. ‘달팽이’를 통해 나선의 미로와 고행, 뫼비우스띠를 연상한다. 심지어 ‘감자’마저도 ‘애꿎은 기생나비들이나 꼬여 먹이다가 나머지는 스스로 시들어가는 일에 쓴다’고 탄식한다.
표제작인 ‘놀이의 방식’에서도 시인은 거미·사마귀·개미·카멜레온·해파리 등을 등장시켜 냉소한다.
문학평론가 이형권씨는 시집 해설을 통해 “김 시인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미만한 이 세상을 냉소하면서 날카로운 비판적 언어를 구사하는 데 능수능란하다”고 했다. “그의 냉소는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저항의 일종이자 그러한 세상너머를 꿈꾸기 위한 노둣돌이다. 시인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독 혹은 독사의 세상이라고 명명하면서 냉정한 고발정신을 발휘한다”고 보았다. 세상에는 독을 품고 타살의 욕망으로 가득하다는 사실, 그들은 또한 비정상성·잔학성·집단성·허위성·모순성·작위성·나르시시즘·비굴함·동족상잔 등의 속성을 간직한다는 사실, 시인은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면서 비판적 시니시스트가 된다는 말로 그의 시세계를 압축했다.
시인 자신 또한 “부조리는,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또 다른 부조리를 낳는다. 그런 삶에 관한, 나는 서투른 시니시스트일 것이다”는 짧은 말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냉소적 관찰자임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평론가는 ‘서투른 시니시스트가 아닌, 우리시대 진정한 시니시스트로서 주목할 만한 시인이다’고 했다. 시인의 시니시즘은 대상을 향한 핀잔의 포즈가 아니라 대상을 극복하기 위한 공격의 형식이라고 본 것이다. 시인의 냉소는 부조리한 세상을 넘어서기 위한 디딤돌이기에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 열망과 내통한단다.
김제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시인’이기도 하며,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됐다. 시집 〈상처에 대하여〉(현대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