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경남·광주은행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두 은행의 매각은 일단 일단락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고가'라는 매각 기준의 원칙을 고수하며 가장 높은 가 격을 제시했던 BS금융(부산은행)과 JB금융(전북은행)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각각넘겼다.
그러나 '지역 환원'을 주장했던 경남지역은 경남은행 인수가 무산되면서 반발이 예상돼 이들 은행의 매각을 둘러싼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반전은 없었다…'최고가' 기준, '지역환원' 압도 13년 만에 두 은행의 새 주인을 찾는 이번 매각에서는 '최고가'라는 실리와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이 충돌했지만, 결국 실리가 승리한 셈이 됐다.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격돌했던 BS금융과 경은사랑컨소시엄이 제시했던 가격차가 커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무리였다는 관측이다.
지난 23일 마감된 경남은행 매각 본입찰에서 BS금융의 경우 1조2천억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경은사랑컨소시엄이나 기업은행과는 2천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환원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고 해도 2천억~3천억원의 차이가 나는 가격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자위는 지역 반발을 의식한 듯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정부위원들까지 참석시키기 위해 31일로 연기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민간위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위원까지 참석한 것은 정무적 판단도 고려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평가 기준 또한 매우 다양하게 만드는 등 정부는 철저하게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광주은행은 광주전남상공인연합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가격 면이나 '지역정서 기반' 면에서 앞선 평가를 받은 JB금융이 인수에 성공했다.
JB금융 역시 광주은행 인수에 5천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해 BS금융이나 신한금융보다 2천억원 가량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두 은행의 매각은 줄곧 지역대결 구도를 양상을 띠면서 일부 지역에 서는 정치권·기업인·노조까지 나서는 등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또 두 은행 매각시 우리금융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감면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도 되지 않고 매각 절차가 이뤄지고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가 사실상 정치권의 볼모로 잡혀 있는 셈이 됐다.
◇경남지역 '반발'…후유증 클 듯 공자위가 결국 경남은행의 새주인으로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아닌 BS금융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역 환원을 주장했던 경남지역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지역에서는 경남은행 매각 과정이 시작되면서 경남은행 노조뿐만 아니라 상공인, 정치인들까지 나서며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경남지역 상공인 등은 지역사회 환원 등을 주장하며 경남은행 인수가 좌절되면 기업들의 예금을 모두 빼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지역 기업들뿐만 아니라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경남은행이 도민 품으로 오지 않는다면 도금고는 물론 18개 시군 금고를 모두 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경남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이 경남은행 민영화를 지역환원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경남은행의 지역환원이 불발되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통과를 거부하겠다며 압박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경남·광주은행에서 분리 매각하면 6천500여억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감면하는 조특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상정돼 있다.
조특법 개정이 표류할 경우 '세금 폭탄'을 우려한 우리금융지주의 반대로 은행 민영화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 민심을 달래는 것은 인수자가 할 부분"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BS금융이 들끓은 지역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BS금융 '경남 민심 달래기' 관건 BS금융은 경남은행을 품에 안았지만, 경남지역의 반발 민심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 것인지가 최종 인수까지 관건으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 이후 경영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관계자는 "BS금융의 경우 투뱅크 시스템 등 다양한 상생안을 제시해 경남은행 내부에서도 호응이 있는걸로 안다"고 말했다.
BS금융은 실제 지난 26일 열린 경남은행 인수시 경영전략에 대해 위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S금융은 투뱅크 체제와 경남은행 직원들에 대한 완전 고용 보장 등을 통해 경남은행 인수에 연착륙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동일 경제권인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1 지주, 2 은행' 체제를 유지해 시너지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경남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본점 위치와 은행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고 점포조정도 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필요할 경우 BS금융지주의 회사명도 경남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경남은행 직원에 대해서는 1인당 총자산 부분에서 부산은행 직원보다 높아 생산성이 높은 만큼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부산은행 수준으로 임금체제를 맞추고 경남은행 신규직원 채용때 경남과 울산지역 대학 출신자를 90% 이상 선발할 계획이다.
여기에 BS금융지주사 안에 경남과 울산지역 사회공헌을 전담할 부서를 새로 만들어 지역사회 공헌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