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그동안 정부의 예산 지원이나 각종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소외돼왔다. 행정과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제규모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대도시가 없는 즉, 시장 규모가 작은 전북은 항상 외면 당했다.
이에따라 미래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광역 거점도시권을 구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이는 전북이 광주·전남과 함께 묶인 호남권에서 탈피해 독자권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맞물린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 정부가 지역발전정책으로 내놓은 중추도시권 설정이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이 전주를 중심으로 한 광역 거점도시권 구축의 호기를 맞은 셈이다.
△ 광주·대전 등 대도시와 경쟁 필요
전북은 서해안 시대, 새만금 개발사업 본격화 등으로 인해 국가 성장동력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또 지역 특화 분야인 농식품산업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농식품 수도로 떠오르면서 창조적인 지역발전이 가능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나아가 전북이 더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호남권이라는 틀을 벗어나 광주·대전 등 인근 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경제권을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광역 거점도시권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이 대전·광주 등 인근 대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도시과 같은 규모의 발전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은 국토개발의 변방에 머물렀다. 대표적으로 주요 SOC시설이 호남 몫으로 광주, 충남 몫으로 대전 등 거점별로 배치되면서 대도시가 없는 전북은 공항과 과학벨트, R&D(연구·개발) 특구 등에서 수요논리에 밀려 계속 소외됐다. 대전과 광주에 눌리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가깝게는 지난 MB정부 때 전국 16개 시·도를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동남권, 대경권 등 5개 권역에다 강원권과 제주권을 특별광역권으로 설정한 ‘5+2’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으로 인해 큰 손해를 봤다. 사업과 예산·인사·개발정책 등에서 호남몫이 광주·전남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소도시인 전북에 돌아오는 몫은 적었기 때문이다.
△광역 거점도시와 지역발전
정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집중 개발하거나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방거점을 육성하기 위해 광역권 개발을 추진해왔다. 도내에서는 ‘제2차 국토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지난 1989년에서 1996년까지 전주권 개발이 추진된 게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는 1975년부터 1978년까지 추진된 광주권Ⅰ단계, 1979년에서 1984년까지 진행된 광주권 Ⅱ단계에 이어 3번째다.
또한 지방의 대도시권과 신산업지대를 수도권의 대응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10대 광역권개발이 추진된 가운데 군산·장항권이 신산업지대권으로 설정됐었다. 군산·장항권에는 군산과 익산, 김제와 장항, 서천, 보령, 부여, 논산 등 7개 시·군이 포함된 가운데 지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광역권 개발사업이 추진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광역권은 청사진에 그쳤다. 군산·장항권의 경우 한때 양 지역 통합논의까지 있었지만, 행정·기능적으로 광역 거점도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금강 해수유통과 해상도시 등을 놓고 대립하는 상태다.
전주권의 경우에도 일부 공업단지와 상수도 사업이 추진됐지만 기대만큼은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후 전주·완주 통합과 군산·김제·부안을 묶는 새만금권 통합 등의 논의도 있었다. 이들 지역의 통합은 해당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됐지만, 대도시권 즉 광역 거점도시권 구축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주·완주 통합은 무산됐다. 새만금권 통합도 현재 방조제 행정구역 획정을 놓고 대립, 통합은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인구 140만 전주중추도시권 구축
전북도는 현재 전주와 군산·익산·김제·완주 등 5개 시·군을 묶는 인구 140만명의 전주 중추도시권을 설정하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인 지역행복생활권의 하나로 전주 중추도시권을 설정해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전주 중추도시권을 통해 광역 거점도시권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주와 군산·익산·김제·완주 지역 인구는 총 141만 여명에 달한다. 전주 중추도시권이 현실화될 경우 인구 140만명이 넘는 대도시권이 설정되는 셈이다.
전주 중추도시권은 전북이 대전·광주 등 인근 대도시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도시 규모의 발전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인구·산업 규모 등으로 볼 때 전주시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인접한 군산·익산·김제 등과 연계된 중추도시권을 설정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기존 광역권 사업과 같이 정부 지원이 헛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은 해당 자치단체가 관련 사업을 발굴·요청하는 상향식이어서 해당 지역간 연대와 협력이 관건이다. 게다가 전주 중추도시권으로 지역의 성장동력이 쏠림으로써, 나머지 도내 시·군들이 발전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발전연구원 김경섭 원장은 “전주·완주와 더불어 익산·군산·김제를 포함한 대도시권을 구축,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고 각 도시별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전주·익산·군산간의 KTX 연계 신교통수단 도입으로 지역 연계성을 강화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성장동력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전국은 지금 초광역권 설정 중 - 도, 타 지역 연대통한 청사진 필요
최근 부산과 울산, 경남 및 대구·경북 등 5개 시·도가 영남 광역경제권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강원도와 경기도가 광역경제권 설정에 손을 잡았다. 나아가 한국의 동남권과 일본의 규슈지역은 국경을 초월한 초국경 광역경제권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지역간 또는 국가를 초월한 연계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역의 정책수요를 반영할 수 있고, 공공투자에 따른 예산투입의 효율성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경제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실제 경남발전연구원은 부산과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광역경제권이 설정되면 현재 400조원에 이르는 지역 제조업의 순매출이 9조원 이상 증가하고, 89조원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1조7000억원이 더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전북이 인근 도시와의 연계협력을 통해 대도시권을 형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체적으로 대도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청사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전북이 대도시권을 만들어나가려는 주된 이유가 인근 광주와 대전 등에 짓눌린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호남권인 광주·전남과는 각종 지역현안을 놓고 대립했거나 대립 중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근 도시와의 연대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향후 지역발전 과정에서 중요하지만, 우선 당장은 도내 자치단체들에게 영양분을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대도시권을 육성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