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소감] "묵묵히 내면의 여정 따라 달릴 터"

▲ 한경희, 1971년 전북 군산 출생, 군산대 영문과 대학원 졸업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속에 빈방 하나가 생겼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였습니다. 점점 커져 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습니다.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절박함 속에서 수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잊혀진 기억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밥을 먹으며 책을 읽으며 거리를 걸으며 찾고 또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젖혔을 때 아픈 지난날들이 어둠 속에서 별이 되어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수필을 쓴다는 건 그 별을 하나씩 따서 허기의 공간에 들이는 일이었습니다.

 

매번 뒤엉켜 있는 단어의 뭉치에서 실 한 가닥을 뽑기까지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 실로 남루한 나의 일상을 기웠습니다. 다시 꿈을 꾸었고 오래 기다릴 생각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은 준비운동을 채 끝내기 전에 울린 마라톤 출발 신호 같았습니다. 설레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묵묵히 내면의 여정을 따라 성실하게 달리겠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들어준 모든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들 지연, 상율이와 고마운 시댁어른들께도 이제 면목이 섭니다. 응원해 준 임정, 현정, 순희, 세영, 소현 씨, 미숙 언니, 승미 언니, 나의 소중한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귀한 가르침을 주신 박영학 교수님, 채규판 교수님과 문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신공 카페 회원들과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힘들어 할 때마다 용기 주시던 박시윤 수필가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손잡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사에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남편에게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더 기뻐할 유일한 사람, 엄마에게 못했던 말을 전합니다. 엄마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