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익산과 부여, 공주, 경주 등 4개 고도지역 주민들은 국가의 고도 보존 정책 때문에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자 주민협의회를 결성, 고도 보존과 상생적 개발을 위한 고도 관련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고도지역 주민들의 이주단지 조성비 등 명목으로 국비 250억 원을 요구해 왔다. 익산이 100억 원이고, 부여와 경주 등이 150억 원이다. 그런데 문화재청 등의 안일한 업무 처리 때문에 당연시됐던 국가예산 250억 원이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고도지역 주민협의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그동안 고도지역 주민지원사업비 명목으로 250억 원을 문체부에 요구했고, 문체부도 기재부에 승인 요청했다. 고도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2011년 6월29일 국회를 통과,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기재부로 넘어간 관련 예산은 칼질됐다. 기재부가 ‘50억 원이 넘는 예산은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며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문화재청이 ‘예외조항으로 타당성 조사 없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 예산을 살리려고 했지만 기재부는 ‘절차 미이행 예산은 반영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도 약속했다는 이 예산은 결국 전액 삭감됐다. 지난 12월 해당 용역에 착수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주민들로서는 다 된 밥에 재 뿌려진 꼴이다. 지난 수년간 어렵사리 법을 개정해 이끌어 낸 주민지원예산이 정부 부처간 엇박자 때문에 물거품 된 것이다. 물론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고도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한 번만 제대로 헤아렸더라면 주민들 가슴에 못박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위민행정을 말하려면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진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