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고자 하는 부류다. 다른 하나는 오로지 권력과 명예를 얻고자 하는 부류다. 뭇 사람들은 이것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전자인척 자신의 야욕을 감추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사 허물은 꼭 드러나게 돼 있다. 개울물이 제 아무리 맑다 해도 바닥이 탁하니 언제든 흐려질 것이다.
재력을 추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콩 한쪽도 나눠 먹겠다는 부류다.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구세군 자선 남비에 1억 원을 놓고 가는 천사,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 평생 일군 사업체를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기업인 등이 그런 부류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다른 하나는 돈 벌레다. 오직 돈 놓고 돈 먹기에 넋 빠진 자들이다. 그 중에는 불법으로 치부한 졸부도 있고, 자수성가한 인물도 있다. 여러가지다. 하지만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다.
정치권력과 재력은 얻기 힘들지만, 설사 얻었다 해도 세상 눈높이에 맞춰 나아가기 어렵고, 더구나 영원할 수 없다. 원한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인심은 권력가와 재력가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세상에 호응할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그 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진정한 정치권력과 재력은 세상 사람을 위한 것이건만, 대부분 자신(혹은 끼리끼리)만을 위해 사용하려고 애쓴다. 어느 날 날개가 꺾여 결국 추락하고 말 소인배들이다.
요즘 인간 수명은 100세를 바라본다. 제 아무리 권력을 누리고, 재력을 갖춘 들 몇 년이나 누리고 또 가질 것인가. 생명체인 이상 흙으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어쨌든 살아 있는 동안 호의호식하며 힘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문제는 상대방을 무력으로 누르고, 간악한 꾀로 누르고, 돈으로 눌러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다. 자신의 허물은 물감으로 덧칠하고, 상대 허물을 들춰낸다. 세치 혀로 대중을 유린한다.
해가 바뀌고,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 대붕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4년을 기다린 군상들이 땅을 박차려고 요동치고 있다. 이 때 쯤 꼭 기억해 둘 말이 있다. 진정 마음을 비우고 주민에 봉사하고자 하는가. 화무십일홍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