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정부를 기대한다

▲ 강동원 국회의원
최근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정작 국민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없었다. 일방적인 국정홍보 자리였으며 소통은 없었다는 평이 주류다. 향후 국정운영이 우려스럽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이색 표현만이 시중에 회자될 뿐이다. 국정실패 부문에 대한 사과를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은 당연한 이치다.

 

어느 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년이 다 돼 간다. 더 이상 ‘새 정부’라는 표현이 어색할만큼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약속이나 포부를 언급하기 보다는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국정상황을 되돌아보면, 혼란의 연속이었다.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했던 전임 정권과 하등 다를바가 없다. 창조경제와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등 그럴듯한 국정 아젠다를 내세웠지만 이런 약속들은 온데간데 없는 듯하다.

 

이는 인사실패부터 연유했다. 자질시비와 도덕성에 흠결이 수두룩한 인사들을 장관에 임명했다가 연속 낙마했다. 국가기관들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시비로 정권의 정통성 시비마저 낳았다. 이런 연유로 출범직후부터 민심은 사나웠다.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었던 공안정국이 조성돼 공포에 시달렸다.

 

소통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필요하다. 쓴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인사들만 주변에 가득하면 사나운 민심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국무위원들의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쓴소리를 하고 시중 여론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하는 참모를 가까이에 둬야 한다.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讓)이라는 말이 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량이 넓어 많은 것을 포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또한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강과 바다는 개울물로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큰 인물은 소인이나 소인의 말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임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사(李斯)가 한 말이다. 그는 본래 초(楚)나라 출신이었으나 등용되어 진나라의 객경(客卿)이 되었다. 그런데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하기전 재상 이사는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로 축출당할 처지에 몰리자 이런 말로 위기를 벗어나고 나중에는 진시황의 최측근이 되어 진나라의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만큼 인재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줄·연고를 통한 천거인사,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자리배정은 더 이상 안된다. 출신배경이 어디냐를 따질 게 아니라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 인사탕평책을 써야 국민통합도 이룰 수가 있다. 소통(疏通)이란 원활히 통해서 서로 이해한다는 의미다. 영어로 대화,소통을 의미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의 ‘나누다’를 의미한다. 나눔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바로 들어야 하고, 진정 들으려면 상대방에게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능력이다. 일방적인 독주와 독선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직도 현 정부의 임기는 한참 남았다. 지난 시절의 실패를 교훈삼아 소통(疏通)의 정부를 기대해 본다.

 

△강동원 의원은 경기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노무현 대통령후보 조직특보 등을 지냈고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