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익산 (유)영광테크] 창업 2년만에 부도… 10년 노력 끝 차부품 우수 기술력 확보

실패 원인 수첩에 빼곡...각오 다져 재창업 / 현재 직원 20여명, 주인의식 갖고 가족 같이

▲ 영광테크 직원이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누구나 꿈꾸는 창업. 그렇지만 성공이라는 두 글자까지 다가가는 창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유)영광테크 유재구 대표(57)도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곧장 IMF를 만나 부도를 겪으면서 실패를 맛본 장본인이다. 실패를 겪은 40대에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다며 끼니걱정을 하면서도 종업원들의 밀린 임금은 끝까지 잊지 않고 책임진 그가 지금은 2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안정된 기업인이 됐다.

 

좌절과 목표를 바꿀 수 없다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지금은 12종류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인이 됐지만 그의 목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너무 영세한 기업인이라며 인터뷰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창업을 앞둔 이들에게 목표와 꿈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선 그의 오래된 인생수첩을 들여다본다.

 

△영광테크는

 

공냉식 기화기라 불리는 이른바 다이캐스팅 생산전문회사인 영광테크는 2008년 창업된 5년차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익산 1공단의 어귀를 지나 자그마한 간판 하나가 전부인 탓에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간판을 따라 들어간 공장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큰 1만㎡가 넘는 규모였다.

 

마당 한 가운데가 주차장과 여유공간으로 사용되면서 빡빡하게 공장들이 밀집한 주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초라할 정도로 자그마한 사무실은 드라이버와 망치, 플라이어, 전기테이프 등 연장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사장이나 사무직, 생산직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선 관리자가 생산에 뛰어들고 사장은 배달사원이 되기도 한다.

 

모두 책임감을 가진 정예사원들로 구성된 영광테크에선 하루가 너무도 짧게 지나가는 공간이라고 한다.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가득한 영광테크는 그래서 가족경영, 가족기업이라는 평가속에 인근 자동차 업계로부터 많은 일감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다이캐스팅으로 시작한 영광테크는 최근에는 자동차 시트관련 부품까지 생산하는 등 12가지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좌절과 맞바꿀 수 없는 목표

 

유 대표는 지금의 영광테크 설립에 한참을 앞선 1997년 창업했다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실패한 쓰디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원광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무역회사에 다니며 자동차 부품 무역을 담당하다가 자동차 부품과 긴 인연을 맺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자동차 부품을 직접 생산해 무역 전공을 살려보겠다며 창업에 뛰어들었을 때가 30대 후반이었다. 40이 되어서 부도를 겪은 유 대표는 사실 실패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았을 터다.

▲ 영광테크가 생산하는 다이캐스팅 제품.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아무 기술 없이 자동차 부품업에 뛰어들었던 게 첫째 이유이고 자본력 없이 가족들에게 기대어 쉽게 창업했던 게 두 번째 이유였다고 한다. 세 번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덜했고, 함께하던 직원들도 이런 회사를 믿고 의지하거나 주인의식을 갖지 않았을 것이란게 네 번째 이유였다.

 

그의 수첩에는 이런 이유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빼곡히 적혀 있고, 이 수첩은 지금도 유 대표가 종종 들여다보며 목표를 다시금 세우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부도라는 커다란 좌절 속에서 유대표는 당시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보다 밀린 직원들의 임금을 해결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더욱 가슴 아팠다.

 

그래서인지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년여에 걸쳐 밀린 임금을 모두 해결했다. 그때부터 유 대표는 재도약이라는 제대로 된 목표를 다시 세울 수 있게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에 관리직으로 입사해 기술을 익히며 관리에도 노하우를 쌓았다. 그렇게 10년이 되어서야 다시 창업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고 지금의 영광테크가 설립된 것이다.

 

△목표는 변하지만 작아지지 않는다

 

영광테크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처음 투자자였던 처남이 대표이사가 됐고 유 대표는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 유 대표는 삼진종합상사라는 다른 사업장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면서 영광테크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능력 향상과 기술개발에 나섰다. 연구능력 향상과 기술개발은 유 대표가 처음 좌절을 맛본 뒤 가장 필요성을 느낀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유 대표는 꾸준한 기술개발에 나섰고 단품 제품 생산에 머물던 영광테크는 12가지의 부품을 생산하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유 대표의 다음 목표는 지금의 단순 생산라인에 머물지 않고 프레스 성형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생산라인 구축이다.

 

지금 생산되는 제품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대형 건설 장비에 사용되는 한 제품의 다양성도 이뤄내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40대 초반 부도이후 재창업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완벽한 생산라인 구축이 목표가 되는 등 목표는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있지만 작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발전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라고 유 대표는 젊은 예비 창업인들에게 조언했다.

 

● 유재구 대표 "목표 있으면 재도약 가능, 기본 갖춰 과감한 도전을"

“쉽게 창업하지만 너무 쉽게 포기하는 창업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창업의 목표를 세우고 도전에 나선 창업인들이 한번 좌절했다고 목표를 영영 버리는 일이 적어지길 바랍니다.”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영광테크를 이끌고 있는 유재구 대표는 실패라는 말을 너무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전하는 전도사로 통한다.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인은 아니지만 그의 열정과 희망, 목표는 그 이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은 이렇지만 몇 해 전에는 정말 볼품 없었죠. 아무도 다시 일어나거나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했지만 그들이 틀렸습니다. 실패를 맛 본 사람들은 오히려 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실패라는 어려움을 이겨낸 유 대표의 자동차는 10년을 훌쩍 넘었다. 지금은 좋은 자동차를 살 형편이 되지만 절대 과소비하지 않는다. 몸에 밴 습관이 그렇고 절대 불필요한 것에 소비하지 않는 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한 뒤 조금은 소심해짐을 느끼며 이를 딛고 일어서기까지 분수에 넘치거나 과소비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올곧은 성격을 인정받아서인지 지역의 대기업에서 그에게 납품을 도맡기면서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에 이어 유 대표의 전공을 살려 무역용품을 취급하는 수입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

 

유 대표는 “창업인이나 기업의 경쟁력은 당연히 기술력이고, 같은 물품을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며 “기본이 갖춰졌다면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했더라도 좌절보다는 경험을 통한 재도약의 목표를 버리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예비 창업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