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미래와 택민의 리더십

▲ 정세균 국회의원
새해가 밝았다. 2014년에는 우리 전북도민 모두가 ‘경구비마’(輕 肥馬)의 풍요를 누리시길 기원해 본다. 경구비마는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로 ‘가벼운 가죽 옷을 입고 살찐 말을 탄다’는 뜻이다. 청마의 해를 맞아 우리네 살림살이가 보다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인사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학문적, 정치적 목표를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의 ‘택민’(澤民)으로 삼았고, 호남벌의 농민들이 주축이었던 갑오농민전쟁의 기치 역시 ‘보국안민’(輔國安民)이었으니, 백성을 평안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으뜸 목표이자 가장 큰 의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백성 평안하고 윤택하게 해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전북의 경제지표가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법인소득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평균 급여 또한 최하위권이란다. 사업장 폐업률, 어음부도율 또한 최고치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취약한 경제지표가 전북의 인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으로는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이 철저히 소외된 결과라고는 하나,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진되었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용기를 잃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전화위복의 계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당초 예정되었던 LH공사보다 규모와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첨단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전라북도가 금융산업의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전북의 전통 문화와 결합시켜 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새만금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개발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피로감과 실망감이 적지 않았으나 오히려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신성장동력의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하는 시기와 맞물림으로써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더 좋은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특히 금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전북만 해도 도백을 비롯하여 14개 시군의 시장,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지역에 맞는 청사진을 내놓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겠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단순한 표심을 자극하는 구호나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의 발전과 도민의 삶을 질을 높이고자 하는 ‘택민’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주민 삶 개선하고 지역 미래 제시를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싸늘하게 얼어붙은 민생의 현실 속에 힘겨워하는 우리 도민들의 마음을 빛바랜 정치구호나 장밋빛 수사로 사로잡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전북의 일꾼을 꿈꾸는 이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택민’의 리더십이다.

 

새해에는 진정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이 발굴되어 전북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훗날 2014년을 전북발전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이정표로 기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