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 빗자루

▲ 김종빈
싸릿대 몽당 빗자루 소품으로 기대놓고

 

며칠째 잠 못 이루는 속내를 알았을까

 

감나무 우듬지 끝에 까치가 사대는 아침

 

딱히 지두를 만한 떨림이야 있겠냐만

 

밤새 내린 적막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 넓던 작은 마당에 뒹구는 감잎 한 장

 

점점 더 깊어지는 중증의 지병 같이

 

어스름 등성 넘어 환한 소식 올 것 같아

 

오늘도 텅 빈 마당을 허투루 쓸고 또 쓴다.

 

△ 김종빈 시인은 199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04년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순환열차〉와 시조집 〈냉이꽃〉 〈몽당 빗자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