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개인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은 1948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스미스를 통해 억압적이고 완벽하게 획일화된 전체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일상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국민의 행동을 감시하고, 정체를 알기 힘든 스파이가 이웃을 감시한다. 국민들의 행동과 사상이 통제되는 제국에서 완벽하게 세뇌된 채 무력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주인공 스미스를 통해 인간성이 상실된 전체주의 사회를 고발한다.

 

오웰이 1984년을 쓰게 된 것은 아마 그가 성장하면서 보고 경험한 인간사회의 부조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1901년 인도 벵골에서 영국인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22년 무렵 제국경찰로서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이 때 통제와 탄압이 난무하는 전체주의 제국 지배에 대한 혐오가 싹튼 것으로 보인다.

 

오웰이 그린 ‘1984년의 전체주의 사회’는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 인간사회의 한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구상의 국가들은 강력한 왕조 체제에서 유지돼 왔고, 국민들은 완벽하게 통제돼 왔다. 민주주의가 발전해 왔지만 국민의 자유와 평등, 권리는 국가의 제어 하에서 제한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오늘날 극단적으로는 북한 체제가 그렇고, 자유 민주국가라는 곳도 강력한 국가 체제가 국민을 감시 통제하고 있다. 독재국가와 민주국가의 통제 정도가 다를 뿐이다. 미국은 가장 선진화된 자유 민주국가라고 하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도청과 감시를 일삼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의 비밀 개인정보수집을 폭로하기 전, 사람들은 증거를 갖고 있지 않았을 뿐 미국의 도청과 감시를 알고 있었다.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들이 대기권에 정보 수집 위성을 쏘아 올려 과학과 국익 등을 핑계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 생명,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주변을 보자. 현대인들은 생활 곳에서 통제를 받고 있다. 큰 길은 물론 골목길, 건물 내외부까지 빽빽이 설치된 폐쇄회로 TV가 인간 생활을 감시하고 있다. 1000만대가 넘어선 자동차 대부분에 블랙박스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어 사생활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세금을 쉽게 걷기 위해 허가하고 장려한 신용카드의 개인정보가 마구 유출되고, 국민들이 엄청난 물질·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 국민은 국가 뿐 아니라 범죄집단의 표적 한 가운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