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대로 ‘완판본’은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목판본 책을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완영판(完營板)’이라하여 전라감영에서 보급을 위해 제작한 판본과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제작한 ‘방각본(坊刻本)’을 아우른다. 오늘에 이르러 오래된 도시 전주의 소중하고 가치있는 문화유산이 된 목판 ‘완판본’은 모두 감영에서 제작한 ‘완영판’이다.
오랫동안 전주 향교의 장판각에 보관되어오다 2004년 정리작업을 위해 전북대로 옮겨진 이후 전북대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목판본은 모두 5059개. 오랜시간 습기와 해충의 공격으로 원형훼손의 치명적 위기에 처해있던 목판본 복원을 위해 연구자들이 매달려 얻어낸 결실이다.
1800년대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감영을 통해 책을 제작하게 했다. 자연히 전라감영 이외의 다른 지역 감영에서도 책을 출판하기 위한 목판본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전주의 ‘완판본’처럼 대량 판본이 보존되고 있는 예는 거의 없다. 한글서체의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예술성을 평가받는 ‘완판본’이 사료적 가치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판본’의 존재는 전주의 도시 정체성을 상징한다. 전북대 이태영교수는 ‘완판본은 전주가 조선시대, 지식 정보화와 지식산업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한다’고 규정한다.
완판본의 서체가 현대적 서체로 태어났다. 컴퓨터 글꼴로 만들어진 완판본 서체는 물론 원형 그대로는 아니다. 서체 제작자는 ‘컴퓨터에 글꼴이 탑재되어 일반인이 사용하는 폰트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서체개발자인 체원형의 구현과 동시에 현대적 글꼴 디자인의 요소를 보완해 제작해야 했다’고 밝혔다.
사용되지 않고 복원의 의미만을 가지는 글꼴은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원본의 정교한 디지털 복원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원형이 가진 특성을 살려낸 컴퓨터 글꼴은 아름답고 친숙하다. 이미 책이나 인쇄물의 활자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과 전문디자이너들의 호응도 높아 쓰임새의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오래된 도시 전주와 전주사람들의 전용글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완판본’ 글꼴의 의미있는 출발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