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조기호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웃었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노랠 불렀습니다

 

죽어도 아무 말 안 했는데

 

지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마른번개 진저리치듯

 

저 홀로 흐느끼더니

 

화엄제비꽃쯤에 가 이른

 

그녀는

 

육탈된 바람이 되었습니다

 

△조기호 시인은 1960년 〈문예가족〉으로 등단. 시집 〈신화〉 〈아리운 이야기〉 〈백제의 미소〉 〈헛소리〉 등 16권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