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허망하게 떠났지
얼굴 한번 찡긋하며
경계선을 넘어갔지
가뭇없이 떠난 빈자리에
바람이 숨죽이며 제 몸을 쌓고
이따금 울음처럼 소나기도 머물렀지
저 부푼 통증의 흔적 사이로
슬픔 감춘 대답인 채
내 몸속으로 들어온
환한 빛
한밤중, 어둠 속에 동그란 창을 낸다, 사방으로 불빛이 번진다, 나를 향한 응시를 내 몸에 부려놓는 것인가, 서서히 내 몸에서 삼투압을 일으킨다, 빛 빠져나간 시린 몸에 온기가 돈다
자궁 속처럼 따뜻하다
다하지 않은 인연으로
△유인실 시인은 1997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신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나무는 제 몸을 둥글게 펼쳐 신을 향해 뻗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