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m 이상 고원지대에 위치한 장수군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항상 맑은 물이 흐른다는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을 타고 넘실대는 이곳은 예사로운 땅일 리 없다. 최근 이곳에서 건강한 부농의 가능성을 알아본 군민들이 귀촌하면서 한 때 학생수 급감에 고심하던 장수초등학교(교장 한창수)는 한 시름 덜었다. 교장·교사들의 합심으로 2년 차에 접어든 혁신학교도 학생수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3년간 학생수 증가
장수초는 올해 개교 102주년을 맞았다. 장수서·덕산초가 통·폐합된 장수초는 시설로만 보면 전주지역 어느 학교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2006년 교육부의 학교모형정책학교 지정을 계기로 디지털도서관, 골프연습장, 다목적 운동장, 영어카페, 연못까지 갖췄다. 2009년 책 3000권과 함께 교내에 설치된 학교마을도서관은 방학에도 학교를 한산하지 않도록 만드는 문화사랑방이 됐다.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이곳 도서관을 애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프라에 귀촌 인구의 증가로 최근 3년 간 장수초 학생수는 증가세다.
한창수 교장은 “당분간 학생수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혁신학교 여파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봤다.
최근 장수초의 새로운 명물은 사계절 피고 지는 야생화다. 휴대폰 카메라로 키 낮은 야생화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하나 하나 소중한 모습들을 기록해온 한창수 교장은 봄엔 돌단풍·매발톱, 여름엔 섬초롱·벌개미취·자주달개비·하늘나리, 가을엔 곰꼬리풀·백공작, 겨울엔 복수초 등을 술술 꿰며 가꿔 왔다.
한 교장은 “사람이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겨울꽃눈을 잘라 보면 옷을 입고 있다. 봄꽃은 봄을 맞아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 전해 여름과 가을에 이미 꽃을 만들어놓고 겨울을 날 뿐”이라고 귀띔했다.
△분야별 졸업생 ‘두각’
장수초를 빛내는 건 승승장구해온 졸업생 면면일 것이다. 장수초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인맥을 자랑한다.
일단 정계 쪽으론 문화관광위원장을 역임했던 고(故) 최성석 전 국회의원(32회)을 필두로 유기홍 장수군의회 의장(46회), 박용근 전 도의원(61회), 장영수 도의원(66회) 등이 눈에 띈다.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렸던 멕시코 칸쿤에서 쌀 개방에 반대하며 할복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故) 이경해 전 도의원(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47회)도 이곳 출신이다.
행정 쪽은 핵심 인물들이 더 촘촘하게 포진되어 있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59회)이 대표적이다. 또 엄봉이 전 장수군수(14회)와 최중엽 전 익산시청 부시장(25회), 빈영언 전 중소기업청 전북지방청장(49회), 전신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50회), 신용태 완주군청 부군수(52회)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군 쪽은 정경모 전 해군소장(27회), 이종호 전 육군대령(29회) 등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이영석 전 전북도시가스 사장(40회), 최판옥 전 현대중공업 상무이사(47회), 김종구 전 삼성전기 부사장(49회), 이재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이사(53회)가 재계의 리더로 활동했다.
또 서규석 전 한국문화방송 전무이사(29회), 고(故)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33회), 이규형 전 국기원 원장(47회), 전영천 전 유도연맹 국제심판(60회), 김종연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62회)이 문화·예술·체육계 인맥 지도를 완성한다. 특히 이규형 전 원장은 국가대표태권도시범단 단장, 국기원 태권도시범단 감독, 계명대 석좌교수로 활동했다.
△교장·교사·학부모 합심 혁신학교 ‘정착’
장수초 혁신학교의 성공은 교장·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뭉친 데 있다. 올해 전근 예정인 교사 4명이 잔류한 것도 혁신학교 안착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줄이기 위해 전시성 행사를 줄이는 대신 수업 혁신, 교원 역량 강화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수석교사와 함께하는 과목별 수업공개는 학생들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인성 강화 교육은 명상 수업 시도로도 이어졌다. “10분도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던 교사들도 “학생들이 차분해지면서 집중력이 강화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수초 혁신학교 정착에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도 주효했다. 아버지 14명으로 구성된 모임이 진행한 1박2일 캠프(7월), 가족 문학 기행(10월)과 가족 학예발표회(11월) 등을 비롯해 지역의 박물관·미술관 등과 연계한 체험 강화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성장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