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 지수

국가나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 구축이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갈파한 이가 로버트 퍼트남(73)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퍼트남은 1994년 이탈리아의 지방정치에 관한 연구를 통해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 구축된 곳이 그렇지 않은 곳 보다 민주주의가 더 발달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풍요롭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25년여에 걸친 체계적·경험적 연구결과를 책(‘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으로 펴냈다. 이 연구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와 사회 자본이 구축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가 부상했다. 새로운 주체로서 NGO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사회 자본은 신뢰, 협동, 시민사회, 공동체 의식 등의 가치를 이르는 개념이다.

 

‘사회의 질’(SQ=social quality)이라는 개념도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최신 사회발전 지표다. SQ를 지수화한 연구용역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삶의 질과 가능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230개 자치단체가 대상이다. SQ 측정에는 ‘제도역량’ ‘시민역량’ ‘건전성’ 등 세 분야에서 19개 지표가 활용됐다. 이를테면 1000명당 기초생활수급자, 1인당 사회복지 예산, 10만명당 영화관 수 및 문화시설 수, 1000명당 의사 및 종합병원 수(‘제도역량’), NGO 수, 자원봉사자 등록률, 1만명당 정보공개 청구 건수, 지방선거 투표율(‘시민역량’), 10만명당 출산율과 사망률, 1000명당 5대 범죄발생 건수, 10만명당 자살률(‘건전성’) 등의 정부 통계자료가 활용됐다. SQ지수는 우리 동네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사회· 환경적 요소를 가미해 측정한 한국형 사회 자본 지표다. 자치단체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도된 만큼 정부 차원의 보정작업이 과제다.

 

SQ지수는 자치단체의 경쟁력이자 단체장에겐 사실상의 성적표다. 전북에서는 임실(229위)과 김제(226위)가 하위 10위권에, 전주시(4위)가 상위 10개 자치단체에 들었다. 4명의 단체장이 중도 낙마한 임실이 꼴찌에서 두번째로 나타난 것은 사회 자본과 사회의 질이 그만큼 척박한 방증이겠다. 나머지 시군 측정치도 좋지 않다. 단체장들의 허풍이 드러난 셈이다.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의 판단 자료로 삼아도 될 것 같다. 선거는 심판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