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아래 도끼

‘상냥한 혓바닥은 목숨의 나무로다’라는 잠언 말씀처럼 상냥하고 현명한 말 한마디는 사람의 목숨도 건져주지만, ‘우자의 입술은 그 몸을 씹어 삼킨다’는 구약성서나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의 경고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허튼소리와 간사한 말씨, 흉계, 폭언은 그 사람의 목숨조차 앗아가고야 만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게 마련이고(공자), 잘 짓는다고 좋은 개가 아닌(장자)것이 세상살이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는 속담처럼 말이란 하다 보면 그 솜씨가 늘고, 그 사람의 인격과 품위를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실없는 말이 송사 건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달변인 사람도 온갖 말을 수없이 늘어놓다보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사리에 어긋나는 실수를 할 수 있고, 결국 ‘말하는 남생이’가 되기도 한다. ‘말이 씨가 되는 법’이어서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 매사에 너무 콩이야 팥이야 하며 ‘말 많은 집안은 장맛도 쓴 법’이다.

 

얼마 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국민은행 등 카드사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돼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나 되는 인사가 성난 민심에 송곳질하고,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이다.

 

설 연휴인 지난 1일 전남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원유 유출 현장을 방문한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도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현장 주민들 앞에서 기름 냄새를 피하려는 듯 코와 입을 가리는 행동을 한 것을 두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독감 기침이 심해 옆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둘러댔다. 무려 16만4000톤이 여수 앞바다를 뒤덮은 대형사고인데도 불구, 기름 유출 상황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사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한순간에 남생이가 된 꼴이다.

 

귀를 나라 바깥으로 기울여 보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 신임 회장이 된 모미이 가쓰토는 지난달 25일 취임 회견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어느 나라에나 (위안부는) 있었다”고 망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유럽까지 날아가 “현재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해 세상의 조롱을 샀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것이 세상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