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탕과 선진 대한민국

법교육 인프라 확충 공동체의 룰 지키는 시민 규범 의식 절실

▲ 김희관 대전고검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던 국내산 대구가 근자에 겨울 밥상에 자주 오르곤 한다. 그 비결인 즉슨 수십년간 수천만 마리의 대구 치어를 꾸준히 방류한 덕분이다.

 

경제도 똑 같은 이치다. 일찌감치 도로, 항만, 통신망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고속성장할 수 있었다. SOC 축적은 국가경제의 기초체력, 즉 국가경제의 뼈대와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선진국 진입이다. 경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돈만으로 명문집안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명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존경받을 만한 가풍과 예의범절을 갖추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적 풍요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신적, 문화적 품격까지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돈만 있지 정신적 가치체계가 제대로 서있지 않은 나라는 졸부국가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은 미약한 수준이다. 사회적 자본의 출발점은 법치다. 공동체의 약속인 법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적 규범의식은 여전히 취약하다. 사회적 자본의 보다 고차원적인 형태인 신뢰, 배려, 공감, 관용, 사랑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본다면 더더욱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국의 한 대법관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코 앞에서 끝난다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면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코피가 터지는 일이 생겨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일어난다. 천박한 성공지상주의와 탐욕적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세상속에서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공동체 의식과 미덕은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겠는가. 사회적 자본과 같은 정신적, 문화적 인프라는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이다. 수십년간 대구 치어를 쉬지 않고 방류했던 것처럼.

 

우선적으로 범정부차원의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사랑 사이버랜드, 솔로몬 로파크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룰을 지키는 시민적 규범의식이 몸에 배게 하는 법교육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 일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다. 신뢰, 배려, 공감, 관용,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서 스스로 샘솟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시민을 지켜주고, 시민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기여한다는 “all for one, one for all”의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우리 모두 회복해야 한다.

 

그리스에 이런 격언이 있다. 나이 든 노인이 자신의 남은 생애 동안 나무그늘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을 다해 심는 사회가 위대한 사회라는 말이다.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대구치어 방류 이상으로 힘겨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비록 우리 당대에 돌아오는 것은 없더라도 언젠가 선진 대한민국이라는 큰 물고기가 되어 돌아오리라 꿈꾸면서 법치SOC, 안전SOC의 치어를 오늘도, 내일도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류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