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하천 정비사업 '가동보 구매시장' 점검 (중) 문제점

행정 도움 받으면 ‘땅짚고 헤엄치기’ 낙찰 / 신기술 특허공법 채택 불가피 로비 극성

전북도가 올해 발주 예정인 지방하천정비사업은 도내 14개 시·군에 총 56곳으로 보통 1곳의 공사현장에서 2~3개의 가동보가 설치된다.

 

이 사업들은 오는 2017년까지 진행되는 연속사업으로 사업지구 당 하나의 가동보가 설치된다고 가정할 때 모두 56개의 가동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예산만 400억여 원이 소요된다.

 

이들 56개 하천정비사업 대부분은 이미 실시설계용역을 마무리 짓고 시설공사 발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북지방경찰청이 ‘가동보 검은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시설계용역을 마무리 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의 경우 실시설계용역에 미리 특정 업체의 가동보 특허공법을 적용시켜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수사 결과 특정 업체 제품 사용을 둘러싼 검은 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설계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남원시의 경우 ‘람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신기지구)’을 발주하면서 실시설계용역에 충북 소재 업체가 생산하는 가동보를 반영했다.

 

경찰 수사 결과 남원시의 고위직 공무원과 친분이 있는 브로커 2명이 충북 C업체로부터 2억 원을 수수한 뒤 해당 가동보가 채택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

 

전북도의 경우에도 임실 후곡천 지방하천 정비사업 시설공사를 발주하면서 실시설계 용역에 동일한 충북 C업체 제품을 반영했고, 이에 대한 경찰 수사가 개시되자 4급 공무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B자치단체 등이 동일한 방법으로 또 다른 충북 업체를 선정, 물품 구매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홍수나 폭우로 유실된 하천 제방을 보수하기 위한 수해복구사업이나 하천을 원형으로 복구시키는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고 있다.

 

수해복구사업의 경우 긴급을 요구하는 사업이다 보니 수의계약이 가능해 이른바 ‘갑’인 행정에 잘 보여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량이나 보의 경우 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기술 특허공법 채택이 불가피하다보니 업자들의 영업 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위직 공무원과 친분을 내세워 업자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른바 브로커가 개입해 ‘행정-업자-브로커’의 얼키고 설킨 검은 커넥션이 형성된다는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관급자재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행정은 이른바 ‘갑’이 되고 이를 납품해야 하는 업자들은 ‘을’이 되는 실정으로 관공서 눈치 보기도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자치단체가 계약 상대방을 임의로 선정하는 수의계약 방식은 행정과 업자의 결탁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곧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수의계약 제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가 변질될 경우 이권청탁 계약의 단초가 될 수 있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품계약 체결을 담당하는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해도 대부분 특혜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 수의계약은 오죽 하겠냐”며 “지방하천정비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지 않고는 이 같은 의혹의 눈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