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과시·선거자금 모금 창구 활용
이에 앞서 유력한 도지사 후보인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을 비롯해 교육감 후보인 이승우 군장대 총장과 신환철 전북대 교수, 이한수 익산시장 등이 행사를 치렀다. 이번 주에는 김승환 교육감과 문동신 군산시장, 그리고 조지훈(전주시장), 이명노(진안군수) 후보 등이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마 출판기념회가 금지되는 3월 6일까지 전국적으로 2000명 이상이 비슷한 행사를 치를 것이다. 이들 기념회에 가 보면 100여 명의 조촐한 모임에서부터 예식장이나 체육관이 꽉 찰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임까지 각양각색이다. 입구에서부터 화환이 즐비하고,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하느냐는 시합을 보는 듯하다.
지난 총선 때부터 일기 시작한 출판기념회 붐은 이제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더니,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후보는 물론 도의원 시군의원까지 가세했다. 메뚜기도 한철이듯 개나 걸이나 나선다. 직종 불문이요, 여야나 좌우가 따로 없다.
출판기념회는 선거 후보자들에게 꿩 먹고 알 먹기요, 일석삼조다. 우선 선거운동, 그것도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세를 결집하는 출정식의 의미를 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선거자금을 모으는 창구로서의 기능이다. 책값을 빙자한 지하경제이자 정치자금의 편법적 통로가 되어 버렸다. 책값보다 싸게 받으면 선거법에 저촉되지만 더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를 모금했는지 선관위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민폐를 넘어 공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개선 보완하면 정치와 문화가 융합된 행사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나는 출판기념회를 행사 그 자체로 보는 것이다. 쇼 프로그램이나 뮤지컬처럼 바라보면 흥미롭다. 저자(후보자)와 그 캠프의 총체적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사회자를 선택하는 것부터 무대장치, 사전 공연이나 이벤트, 소개하는 주요 인물과 축사, 콘서트 참여자 등이 그러하다. 후보자의 지적, 문화적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가 바로 드러난다. 얼마 전 열렸던 행사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나 다듬이 공연단 등은 퍽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책 자체에 대한 평가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내놓는 책들은 날림과 졸속으로 만들어 폐지 수준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가정에서 커서 고시에 합격하는 등 성장 스토리에 도전과 열정을 적당히 버무려 놓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현역인 경우 국회의원은 의정활동, 단체장은 재임중 사업성과 등을 잘 포장해서 내놓는다. 더구나 본인이 직접 쓰면 다행이지만 대필작가가 쓴 경우가 상당수다. 저자의 체취가 녹아있지 않은 책을 받아보면 불쾌하기까지 하다.
출간 책·행사 형식·내용 다양했으면
책에는 그의 인품과 인생, 전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 자칫 잘못하면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상대방에 반박자료를 제공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정책과 지역의 미래 비전이 담겨 있는 책을 보면 반갑다. 정책 제안에 자신의 시나 그림을 넣는 등 정성까지 깃들어 있으면 그 사람의 인품도 덩달아 돋보인다.
출판기념회와 책 내용이 다양할수록 좋지 않을까 한다. 엉뚱한 아이디어가 상상력을 불어넣고 이것이 모여 좋은 정책으로 꽃 핀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다만 전제가 있다. 선관위가 나서, 2만원 이내의 정가만 받도록 하고 1년에 장소를 달리해 2차례씩 치르는 뻔뻔함은 규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