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나푸르나를 찾는 것일까? 그 멀고 험한 곳을 찾아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카트만두까지 비행기로 7시간, 다시 포카라까지 30여분, 그곳에서 걷기(사실은 등산)가 시작되는 곳까지 버스로 90여분, 그리고 적어도 3박 4일 이상은 숨 헐떡이며 땀 범벅되어 다리 뻣뻣해질 때까지 걸어야 하는 곳. 노고단만큼 올랐다가 덕유산만큼 내려가고 다시 모악산만큼씩을 오르내리는 그 험한 일정을 자원 감내하는 것일까?
그곳에서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노역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많다. 더구나 그들 대부분이 해발 4,000m가 넘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아니면 MBC(마차푸추레 베이스캠프)를 찾는 사람들이다. 전문 산악인도 아니면서.
오랜 전 수렵시절의 걷기(혹은 뛰기) DNA를 되살리기 위해? 색다른 의식주를 맛보려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상의 진부함을 떨치기 위해?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 우주와 통하는 그 정기를 마시려고? 아니면 한국인 특유의 ‘나 어디 갔다 왔네!’ 폼 잡기 위해?
웃을 수밖에 없는 ‘왜 살지요?’ 만큼이나 답하기 멍멍한 질문이다. 답 없이도 살아가듯 답 모르면서도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아니 생각을 놓친다. 버린다. 그냥 앞 사람 발뒤꿈치만 바라보며 숨 헐떡거릴 뿐이다.
그 중에는 선배 권유에 떠밀려 멋모르고 따라나서 소화장애에 호흡곤란까지 겪으며 ‘이 무슨 미친 짓!’ 투덜대다가 황혼의 설산 바라보며 마신 맥주 한 잔에 가슴이 확! 터지는 개안(開眼)의 기쁨을 느낀 사장님도 있다. 일중독으로 연차를 쓰지 않아 직장으로부터 지청구를 듣다가 남편 따라 엉겹결에 참여했다가 토사곽란으로 몸고생 마음고생, 결국은 조랑말 신세까지 지게 되었지만 일약 안나푸르나의 ‘잔 다르크’로 뭇 사람들의 시샘과 갈채를 받은 여인도 있다. 혼자 14박 15일 걸었다는, 이제는 ‘설산 바라보는 것도 귀찮다!’는 앳된 여대생도 있고, 침낭 없이 뜨거운 물통 하나 품고 자며 4박 5일로 ABC가지 다녀온, 호주 1년 연수동안 6,000만원을 벌었다는, 당찬 대구 대학생도 함께 걸었다.
그들 모두 걷는 이유는 모를지라도 그 의미는 알 것이다.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가 가만 놔두었을 리 없고, 영원한 평화와 사랑(Never Ending Peace And Love)을 뜻하는 네팔이 그냥 보냈을 리도 없을 것이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